사단법인 조각보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 포럼

동포 여성들이 말하는 ‘한국’과 ‘한국인’ 이야기

 

9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 포럼에 참석한 동포 여성들이 ‘코리안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희(진행자), 마순희, 박연희, 장로자, 조미수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 포럼에 참석한 동포 여성들이 ‘코리안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희(진행자), 마순희, 박연희, 장로자, 조미수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의 바람은 재일 코리안 후세대들이 자기 뿌리를 알고,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배울 기회가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다양한 디아스포라 민족을 알고, 재일 코리안을 다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동포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 특별영주자 신분인 조미수씨가 9일 사단법인 조각보가 주최하고 여성신문사와 한겨레신문사가 협찬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학생 시절까지 ‘조선적’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이던 1994년 가족 모두 조선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바꾸었다”며 “2년 전 한국에 와서 재외국민 거소신고를 해 거소신고증을 주민등록증 비슷하게 썼지만, 거소신고 번호는 때로는 외국인, 때로는 국민 취급이 되는 매우 애매한 증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주민등록법 개정으로 주민등록으로 바꾸게 됐다”며 “등록증에 ‘재외국민’이라는 표기가 있다. 주민등록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지는 앞으로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수씨와 같이 한국에는 중국, 일본, 북한, 사할린, 중앙아시아 등에서 온 많은 동포 여성이 살고 있다. 김숙임 조각보 대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새로운 여성통일운동을 펼치고자 했지만, 방향 잡기가 힘들었다”며 “‘다시 만난 코리안 여성들의 삶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역사적인 맥락을 잡았다. 역사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여성들의 모습이 다가왔으며, 동포 여성과 회원들은 자신의 할 일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귀환 동포의 70%가 여성이다. 그들은 식민과 분단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경직된 틀과 성, 민족, 국가 등 많은 경계를 깨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며, 경계를 넘어 이주와 정주의 유동적인 삶을 사는 그들의 정체성과 고뇌를 통해 한국 사회와 그 구성원으로서 우리 자신의 인식을 성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역사 속의 디아스포라, 여성’ 발제를 맡은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귀환이주 한인과 재외 한인들은 지금까지 중심과 주변을 위계적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차별적 관념에 의해 주변인 또는 경계인으로 여겨졌다”며 “북한 주민과 탈북 이주민들도 이념적 대립으로 주적 또는 위험한 사람으로 경계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초국가적 한민족 구성원이 서로의 삶과 생활을 이야기하고 듣는 작업은 국가권력의 공식적 역사를 넘어선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적 삶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화해를 통해 ‘초국가적 한민족’으로서의 공동체적 존재감을 경험하는 공감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2002년 10월 세 딸과 함께 목숨을 걸고 북경의 대한민국 영사관 진입에 성공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마순희씨는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며 나라 없는 백성의 설움을 사무치게 체험하면서 살았던 4년 반의 세월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다”며 “탈북자들과 북한을 동일시하는 것이 싫었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천안함, 연평도, 지뢰 폭발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탈북자들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박연희씨는 “한국인들에게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한국과 중국이 축구를 하면 어느 쪽을 응원하겠느냐는 질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는 죽어라고 한국을 응원했지만 한국에 나와서는 한국을 마음으로 응원하지 못한다”며 “한국에서 받은 시기와 서러움도 이유겠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포함되어 있다. 이건 한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상적인 정서 문제”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공화국에서 태어나 결혼 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살고 있는 장로자씨는 서툰 한국말로 “자신을 한 핏줄로, 조상 뿌리로 한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법에 따라 외국인이다. 주민으로 느끼지 않고 이 나라 손님으로 느낀다”며 “손녀가 한국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국어를 빨리 배웠다. 한국말을 할 때 외국어 발음과 억양이 없다. 손녀는 한국 사회에 잘 들어갔고, 한국을 좋아한다. 저와 저의 후세들이 한국 땅에 계속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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