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학박사 출신의 조경건축 전문가

37년 전 두 아이 낳고 창업 도전

난지도 하늘공원·남산골 한옥마을 등

정부 대형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완수

 

박재숙 반도이앤씨(주)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재숙 반도이앤씨(주)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을과 갈대로 유명한 난지도 하늘공원은 20년 전만 해도 악취 나는 침출수와 메탄가스를 내뿜던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거대한 ‘쓰레기 산’을 환경 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바로 박재숙(67·사진) 반도이앤씨㈜ 대표다. 농학박사이자 자연환경관리기술사인 그는 1978년 조경업체인 반도이앤씨㈜를 설립해 37년간 탄탄한 종합건설회사로 키워냈다. 그는 난지도 하늘공원 외에도 청와대 앞 무궁화공원, 남산골 한옥마을 등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를 연거푸 따내며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지금은 건설업계의 대표적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지만 그도 과거엔 결혼과 출산으로 꿈을 잠시 접어야 했던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대학 원예학과에 진학해 조경의 매력에 빠져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보니 논문을 쓸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둘째 아이까지 낳아 키우다보니 제 꿈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당시엔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죠. 그때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업을 결심한 거죠.”

조경업체 반도이앤씨㈜는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설립 초기부터 승승장구했다. 밖에서는 경영자로, 집에서는 엄마이자 주부로 밤낮없이 일했지만 “정말 즐거웠다”고 그는 회고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자연을 좋아해 원예학을 전공했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다 보니 지루할 틈도 없었죠.”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쉼 없이 살았지만,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높은 벽도 많이 절감했다고 한다. 당시 건설업계는 남성 중심의 술 접대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술 접대 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자”는 신념으로 쉴새없이 뛰어다녔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기존 문화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레 업체로부터 일을 수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일을 따내고 싶다’는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선택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저희 회사 업무의 90% 이상이 입찰에 의해 정부,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일이에요. 입찰도 쉽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성과 실력만으로 일할 수 있어 행복해요.”

 

생태 환경공원인 하늘공원. ⓒ뉴시스ㆍ여성신문
생태 환경공원인 하늘공원. ⓒ뉴시스ㆍ여성신문

박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난지도 하늘공원을 꼽았다. ‘쓰레기 산’ 위에 공원을 조성한 하늘공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생태공원이다. 그는 “하늘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그동안 조경이 더 많은 자연환경을 개발하려는 인간 위주의 도구로 이용됐다면, 하늘공원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훼손·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복원·보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 종횡무진하며 활약해 온 박 대표는 25년 동안 여성 경제인과의 연대에도 앞장서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수석 부회장을 맡아 여성 경제인 권익과 역량 강화를 위해 뛰고 있다. 오랜 기간 협회 활동을 하며 성장 발전해 온 그는 오는 22일에 있을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 대표는 “경영 현장과 협회 임원 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협회와 회원사가 상생, 발전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 CEO 콜센터를 운영해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협회, 회원 성장을 지원하고 회원과 함께 성장하는 협회,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예산·결산을 공개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지회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대하고 지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하는 협회”를 만들겠다며 ‘한국 여성경제인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일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여 년간 대학강사로 강단에 섰던 그는 창업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표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끌어내면, 여성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생각만 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니 겁내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어떤 일이든지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며 “트렌드와 유행에 맞추기보단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는지 되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