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약진 눈부셔도

승진자 비율은 한 자릿수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 김남옥 한화손해보험 상무, 이진철 현대중공업 상무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 김남옥 한화손해보험 상무, 이진철 현대중공업 상무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업들이 연말 인사 시즌에 맞춰 임원 감축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최초’ 타이틀을 달고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단행된 2016년 정기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위기 대응과 안정이었다. 이번에 ‘별’을 단 여성 임원들은 불황에 맞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기업들의 핵심 인력으로 손꼽힌다.

올해 주요 그룹은 임원 승진자를 대폭 줄였다. 삼성은 2008년(247명) 이후 가장 적은 294명에게만 임원 타이틀을 줬다. LG그룹도 지난해에는 130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122명으로 줄였다. ‘인사 한파’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임원 감축 분위기 속에서도 여성 임원들은 전문성과 실적을 바탕으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총 9명의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삼성의 개발 분야에서 처음으로 여성 부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소형·자동차전지 신기종 개발을 주도해 온 전지 개발 전문가다. 대전여고와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본격적인 배터리 연구를 시작했다. 1996년 삼성SDI에 스카우트된 이후 중앙연구소장, 자동차전지사업부 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소형 및 자동차전지 신기종 개발을 주도해왔다. 이미 2005년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삼성SDI 첫 여성 임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에서는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의 승진이 주목받았다. 이 부사장은 화장품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 3년 차에 LG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차별적인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을 뚝심 있게 헤쳐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퍼스널케어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시장에서 1등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진철 현대중공업 상무보도 올해 정기 임원 인사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는 보수적 문화와 남성 중심적이라는 기업 분위기 속에서 최초 여성 임원에 올라 두꺼운 ‘유리천장’을 부쉈다. 이 상무보는 한국외대 영문학과 졸업 직후 1994년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에 입사했다. 이후 2003년부터 전기전자 해외영업부를 이끌어온 그는 입사 21년 만에 임원을 달게 됐다.

한화그룹 인사에선 중졸 출신인 김남옥 한화손해보험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했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37세에 주변의 권유로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이후 회사에서 선정한 ‘보험왕’에 5차례 뽑힐 만큼 뛰어난 영업실력을 보였다. 영업 전문성과 탁월한 실적을 인정받아 상무보로 승진한 그는 1년여 만에 정식 임원인 상무 자리를 꿰찼다.

이밖에도 KT는 임원 승진자 38명 중 고윤전 상무와 이미향 상무 등 2명의 여성 임원을 냈고,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에서 한경애 패션2본부장 상무보를 상무로, 서혜욱 프리미엄패션사업부 부장을 상무보로 승진 발령냈다. GS그룹 역시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백정희 GS홈쇼핑 상무를 여성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여성 임원들의 약진이 눈에 띄지만, 여성 임원 승진자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친다. LG는 전체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6%였고, 삼성도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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