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성추문으로 떠들썩하다. 문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23일 전북 익산에서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새내기 시인 김모씨가 문

단의 중견 시인인 박남철 시인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

생했다. 피해자 김씨가 사건 발생 닷새 뒤인 27일 밤 문학과지성 홈페

이지에 ‘피해자’라는 아이디로 ‘욕설과 폭력을 일삼는 박남철 시인

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진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간 공

공연히 자행돼 왔던 문단내 퇴폐적 음주문화와 남성작가들의 후진적

성의식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현재 안티조선사이트 ‘우리모두’, 문학과지성·창작과비평 홈페이지

게시판, 하이텔 게시판 등은 박남철 시인에 대한 맹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한 여성문인은 “처음 등단하는 여자 시인 치고 박남철 시인에게 그

런 곤욕을 안 치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자신 역시 박 시인

에 의해 흉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하고 목이 졸리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득권을 가진 남성 작가들이 일종의 후견

인으로서 여성 작가의 뒤를 봐주고 출판이나 흥행에 관여하면서 은밀

한 권력 위계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930년대 여성문인 1세대인 나혜석, 김일엽 등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요즘 여성 문인들도 남성문인들에게는 동료가 아닌

파티문화의 소도구 혹은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관행을 이용해 상업적 성공을 노리는 여성 문인도 있

다며 대대적으로 문단정화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성문화동인 ‘살류쥬’ 사이트에도 “문인의 개인주의 존중 차원에

서 기벽이나 풍류로 넘어갔던 많은 문제들이 문단 주변에 여성 피해자

를 양산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면서 박남철 문제로 인하여

수면으로 떠오른 여성시인 성희롱 등의 인권문제는 문인들의 평등한

인간관을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여기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독점적 권력의 한귀퉁이를 점유한 자들

에겐 ‘성’도 소비나 지배의 대상쯤으로 보일 뿐이고, 여성 시인도

이들 눈에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해 볼 수 있는 열등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계속해서 “권

력문제는 성적 억압의 문제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그 정체를 한 번도

검증 받아본 적이 없는 한국의 권력구조는 지극히 자폐적이며 부끄러

움을 모른다. 즉 이 사회 권력구조의 분배가 왜곡되었고 한 줌도 안되

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는 점, 이런 사정이 그날 밤 있었던 일

의 주범”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학평론가 K씨도 “이 문제는 박남철 시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용인해 온 문단 전체의 문제”라면서 그간 김씨처럼 용기있게 밝

힌 경우가 극히 드물어 피해 여성의 침묵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 문인 중에는 이런 불미

스런 이유 때문에 문단에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고 그는

밝힌다.

중국 톈진에서 의견을 보내온 한 네티즌은 “근원적으로는 가부장적

인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시단이 문제”라며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

하고, 선배들의 말이라면 성폭력이라도 견뎌야 한다는 썩어빠진 생각

으로 문학에 임해서는 안된다”는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와 함께

많은 네티즌들은 문단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권력에서 소외된 박

남철 같은 사람이 자신보다 더 약자인 젊은 여성 시인에게 폭력을 행

사한 것 자체가 문단 내부가 가부장제적 권위의식에 눌려 썩을 대로

썩은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 평론가 L씨는 이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만연한 문단을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으로 우선적으로 문인들의 자각이 있어야 하며, 소외된 작

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문화시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는 또 가장 시급한 것은 언론의 올바른 매개 역할이라며 일부 문화

권력자들과 언론의 야합을 비판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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