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원인 1위 “아이 양육 어려워서”

남편의 무관심·집에 있는 답답함도 우울증 불러

“일·가정 양립 실천이 산후우울증 회복 실마리”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 10명 중 9명은 산후우울감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여성신문 DB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 10명 중 9명은 산후우울감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여성신문 DB

출산한 지 1달 된 정소희(가명) 씨는 육아는커녕 매사에 의욕이 없다. 낮에는 두통에, 밤에는 불면에 시달린다. 정 씨는 “아기에게 모유도 먹이고 놀아주기도 해야 하는데 모든 게 의미 없어 보인다”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루하루 시간만 가면서 저는 나쁜 엄마가 됐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출산 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의욕을 상실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여성들이 많다. 실제로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 10명 중 9명은 산후우울감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구보건협회는 출산 경험이 있는 전국 20~40대 기혼여성 1천309명을 대상으로 한 ‘2015년도 제4차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의 90.5%는 ‘산후우울감을 느껴봤다’고 답했다. 

산후우울감 증상은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냄(31.1%) △우울하거나 슬퍼 자주 눈물을 보임(26.4%) △의욕상실(25.2%) 등이었다.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도 50.3%에 달했다.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경우도 33.7%나 됐다. 특히 첫 아이의 임신 나이가 어릴수록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도 높았다.

산후우울감을 느끼는 기간은 △1~3개월(28.2%) △1~2주 이내(22.3%) △1개월 이내(20.5%) △6개월 이상(15.2%) 등 순이었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아이 양육이 어려워서’(42.0%)가 1위를 차지했다. △남편의 늦은 귀가와 무관심(28.9%) △매일 집에 있는 답답함(20.3%)이 그 뒤를 이었다.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남편이나 가족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답한 여성은 76.2%였다.

손숙미 인구보건협회 회장은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 실천을 통한 남편의 육아 참여와 가사분담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