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호사회 ‘의제강간 연령 상향’ 토론회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추행죄 대상

13세 미만→16세 미만 상향 추진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 상향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의제강간이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서 동의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아동을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 없이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라도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의제하여 처벌하고 있다. 미성년자와 성적인 접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추행죄의 대상 연령을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단, 청소년들의 성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의 연령이 19세 미만인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자신보다 27살 어린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강간하고 임신까지 시킨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남성에게 여학생과의 연인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연령 상향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 자리에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형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천정아(법무법인 소헌) 변호사는 주제발표에서 “수년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건을 담당하면서 피해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인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신분 등을 따져볼 때 마땅히 성폭력인 사건들이, 단지 직접적인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이 사용되지 않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되는 것을 보면서 의제강간죄 연령 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법률 개정에 대한 문제의식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가해자의 연령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나이 차를 기준으로 단서 조항을 수정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양육·교육 기타 관계에 있을 때 의제강간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신의진, 서영교 의원과 공동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의제강간의 연령 기준을 상향하고자 하는 취지의 입법 발의가 총 3회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해 여러 견해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가 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을 16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2003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의제강간죄의 연령기준을 16세 미만으로 통일했다. 독일은 14세 미만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하지만, 양육·훈육·교육의 대상인 14세 이상 16세 미만자를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13세 미만을 의제강간죄의 연령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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