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이’가 ‘하나코’로 살아야 했던 그 날들
‘꽃분이’가 ‘하나코’로 살아야 했던 그 날들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5.12.03 13:43
  • 수정 2017-10-2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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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나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야기 다뤄

한태숙 연출 “연민과 분노 넘어 이기적인 ‘우리’ 돌아봐” 

 2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연극 ‘하나코’ 출연 배우들. ⓒ림에이엠시
연극 ‘하나코’ 출연 배우들. ⓒ림에이엠시

“잠결에라도 조선말을 뱉었다가 죽게 될까 봐. 꾹 눌러 참았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하나코’가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하나코’는 부모가 지어준 ‘꽃분’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 이름 하나코로 살았던 십 대 소녀의 짓밟힌 세월을 상징한다.

연극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학자의 탐구적 시선과 언론인의 사실 취재 과정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좀 더 객관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의 동생 찾기와 또 다른 할머니의 고향 찾기를 통해, 전쟁 앞에 놓인 인간과 여성의 비극을 다룬다. 또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묵묵부답인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엇보다 ‘불행 앞에서도 이기적인 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인물들의 갈등과 성찰을 통해 돌아보고자 한다.

어디로도 피할 수 없고 죽음보다 못한 삶을 견뎌야 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그 고통의 세월은 과연 사람으로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꽃분이와 금아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죄의식이 어떻게 발현되고 치유되어 가는지를 들여다봄으로써 이 참혹한 고통이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개인의 삶이자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임을 조명한다.

희곡집 『해무』를 펴낸 김민정 작가와 ‘레이디 맥베스’ ‘단테의 신곡’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등 한국 연극계의 화제작을 쏟아낸 한태숙 연출가가 만나 더욱 기대를 모은다. 욕심 있는 배우는 훌륭한 연출가를 만나고 싶어 하고, 훌륭한 연출가는 좋은 배우를 발견해낸다. 예수정, 전국향, 우미화, 신안진, 신현종, 김귀선, 박종태, 이지혜, 권겸민, 민경은, 강다윤, 박수진, 류용수 등 대학로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꽃분이와 금아 자매 ⓒ여성신문
꽃분이와 금아 자매 ⓒ여성신문

70여 년 전 캄보디아에서 함께 위안부 생활을 하다 헤어져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등록을 한 ‘한분이’ 할머니 역의 예수정, 캄보디아에 살면서 자신이 조선인이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 주장하며 친언니를 찾겠다고 나선 ‘렌’ 할머니 역의 전국향. 내로라하는 두 여배우의 연기 신공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한 연출가는 “일본군위안부를 주제로 다룰 때면 늘 연민과 분노를 표현했던 기존의 상식적 인물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 극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경계하되 인물들이 저마다 부피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작가와 배우들은 경계 없는 토론과 깊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극은 일제강점기, 정확히는 1945년 8월 과거의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시간적 배경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듯 공간 배경 또한 가변적이다. 현재의 시간은 캄보디아에서 일본으로 변하고, 과거 시간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위안부 수용소 ‘낙원(라꾸엔)’이 극적 공간이 된다.

한태숙 연출은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 사회가 공통의 관심을 두는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자신이 필요한 것만을 취할 뿐이다. 그리고 뜨겁게 달려들었다가 슬그머니 사그라든다”며 “대본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왔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다양한 인간 군상의 내면과 갈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나 또한 울면서 무자비함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정 작가는 “그 커다란 불행과 참혹한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문제의 안팎에서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며 “참혹한 불행을 몸과 마음에 오롯이 새기고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고 계신 할머니들께 존경을 표한다. 이 무대에 할머니들의 불행이 아니라 딛고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담기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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