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옥의 여성노동 현주소

2013년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은 여성들이 모여 홍보·디자인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직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같은 해 프리랜서 강사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여성들이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사업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여성 취업 지원기관에서 교육받은 여성들이 직원협동조합을 설립해 전래놀이 강사 파견 및 양성사업을 시작했다. 여성들이 모여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3년이 됐다. 현재 8246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 중 358개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주요인이었다.

 

협동조합 박람회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협동조합 박람회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통한 소득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 그 성과가 뚜렷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연구에서는 협동조합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월평균 임금도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223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안적인 일자리로서의 가능성은 아직 단정할 시기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적정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어느 정도 만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실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장시간의 경직된 전일제 근로 모델이 지배적이다. 또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거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된다. 여성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고용 모델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가장 잠재적 집단은 30대 고학력 여성이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비공식 영역(프리랜서 등)에 있는 고학력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활동의 영역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들이 필요한 기간에 ‘느슨한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력을 단절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고용 유지 모델을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사회서비스 제공을 주된 사업으로 설립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기보다는 비공식 영역에 있던 여성 고용의 공식화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수익창출 구조를 볼 때 단기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민간 시장에 맡겨져 있는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협동조합으로 지속가능한 고용 모델을 만드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는 것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5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 요소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사업 역량을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는 것은 동호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여성의 고용이 활성화된 사례로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의 협동조합이 많이 인용된다. 볼로냐 지역은 시민의 3분의 2가 협동조합에 소속돼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45%, 사회적서비스의 85%가 협동조합과 관련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놓인 사회적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역사적 배경과 시간적·제도적 차이가 큰 외국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한계가 있다. 국내 협동조합이 놓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의 여성 일자리에 대한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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