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대권전략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아

한반도 평화 구축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 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 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은 한반도 내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한 건설적인 노력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고 전제하고 “이런 차원에서 (반 총장의 북한 방문)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반 총장이 복수의 날짜를 놓고 일정을 조율하는 상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방북을 추진 중인 반 총장은 몇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첫째, 방문 시기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의 파리 테러 이후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은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한가하게 비칠 여지가 있다. 더구나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가 채택될 예정인데 북한이 반발하면 반 총장의 방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쑥 방북 날짜를 밝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5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때 막판에 입국이 거부된 적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 정부의 사전 협의다. 핵 문제를 놓고 남북과 미국의 입장 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사전 협의 없이 방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셋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회담 성사 후 내놓을 성과물이다. 회담 후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 반 총장이 자칫 잘못하면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이런 난제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방북은 추진돼야 한다.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있다. 내년 12월이면 반 총장의 임기가 끝이 난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분단 70년의 아픔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문을 힘차게 두드려야 한다. 반 총장이 지금 꽉 막힌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준 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위한 큰 선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 총장의 방북을 국내 정치 상황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반기문 대망론’과 연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새누리당 친박 핵심 인사가 최근 내년 총선 후 이원 집정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반기문 대통령-친북 인사 총리’ 구상을 던지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졌다. 반 총장의 방북을 이와 같은 대권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외교, 안보, 국방 등 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정치와 경제 등 내치는 총리가 맡는다는 이원집정제는 한마디로 허상이다.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세계화 속에서 어떻게 외치와 내치를 구분할 수 있는가. 경제가 외교이고, 외교가 경제인데 이를 분리한다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한 참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외치만 담당하고 국민이 극도로 불신하는 정치권이 내치를 담당하는 것을 과연 국민이 인정할 수 있겠는가.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의 힘을 업은 대통령과 정치조직을 갖고 있는 총리 또는 막후 실세 간에 갈등이 고착화될 개연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원집정제는 한국 실정에 맞지도 않고 이를 매개로 한 대권 플랜은 더더욱 실효성이 없다. 더구나 어떤 세상인데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만들 수 있는가.

만약 현 집권 세력이 이런 구상을 한다면 꿈을 깨야 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후임으로 만들거나 총선에서 자신의 친위 세력을 구축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들은 모두 “자신은 예외다” “나는 전임자와는 다르다”고 외치면서 권력 연장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도 ‘30% 콘크리트 표’를 믿고 이런 실패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야당도 반 총장의 방북을 공학적으로만 보지 말고 통 크게 환영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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