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맞은 싱어송라이터 

실험성과 대중성 갖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재즈 보컬,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고 있는 가수 선우정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싱어송라이터, 재즈 보컬,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고 있는 가수 선우정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유로운 뮤지션. 가수 선우정아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싱어송라이터, 재즈 보컬,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팝, 재즈, 록, R&B, 일렉트로닉, 영화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선우정아(31)는 2006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재학 시절 정규 1집 앨범 ‘Masstige’를 발표한 데뷔 10년 차 가수다. 홍대 클럽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펼치던 그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는 여성 그룹 2NE1(투애니원)의 노래 ‘I don’t care’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다.

선우정아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애니원, GD&TOP, 이하이 앨범에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다양한 공연과 앨범에 참여했다.

2013년 정규 2집 앨범 ‘It’s Okay, Dear’를 발매하며 ‘가장 주목해야 할 앨범’ ‘최고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라는 평을 받았다. 2014년에는 네이버뮤직 올해의 음반 1위와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과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한 ‘2015 올해의 여성문화인상’도 선우정아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10월 7일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여성 문화인에게 주어지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퍼포먼스, 색다른 편곡으로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자유로운 뮤지션’ 선우정아를 만났다.

 

선우정아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재학 시절 정규 1집 앨범 ‘Masstige’를 발표한 데뷔 10년 차 가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선우정아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재학 시절 정규 1집 앨범 ‘Masstige’를 발표한 데뷔 10년 차 가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외국 공연 때문에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시상식에서 만날 수 없었다.

“동생이 대신 시상식에 가줬다. ‘언니 때문에 사진도 찍고 꽃다발도 들어야 한다’고 투덜댔다.(웃음) 상을 주신다고 했을 때, 뇌 속에 목캔디가 들어온 기분이었다. ‘정신 차리라’는 응원과 충고로 느껴졌다. 보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질풍노도의 30대를 살고 있는데 상을 받게 돼 놀랐다. 내심 부끄럽기도 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질풍노도다. 20대 때는 잘 몰랐던 건데 30대에 들고 나니까 인생 선배들이 대단한 것 같다. 사춘기처럼 가치관이 다시 정립되는 느낌이다. 이 폭풍이 지나가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음악이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되면서 동시에 힘든 시기다.”

-싱어송라이터는 본인이 다 책임져야 한다.

“예전에는 솔로의 어려움을 몰랐는데, 지금은 왜 솔로가 어렵다고 하는지 알겠다. 솔로여서 내 마음대로 하고 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팀으로 활동하는 분들은 팀원 전체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이상 누구 하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굴러간다. 그런데 나는 내가 뒤로 나자빠지면 끝장이다.”

 

선우정아는 2집 앨범 ‘It’s Okay, Dear’로 2014년 네이버뮤직 올해의 음반 1위와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과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선우정아는 2집 앨범 ‘It’s Okay, Dear’로 2014년 네이버뮤직 올해의 음반 1위와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과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친구들이 만화책 볼 때 악보를 봤다고 들었다.

“만화책도 많이 봤다.(웃음)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주부시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예체능 쪽으로 끼가 많으셨는데 남자 형제들에게 관심이 쏠리던 시대여서 재능을 키울 기회가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딸들에게 항상 표현을 좀 더 하라고 말씀하셨다. 강요하지 않고 그냥 경험하게 해주셨다. 박물관도 주기적으로 갔고, 여름에는 바다, 겨울에는 산에 꼭 데리고 가셨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걸 많이 알게 해주셨다. 일곱 살 때 라일락꽃이 TV에서 본 마이크처럼 생겨서 붙잡고 노래하던 기억이 난다.”

-평범한 가정이었던 것 같다.

“고조할머니께서 음악교사였다고 들었지만, 그 외엔 음악과 관련된 분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독학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던 것 같다. 음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어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반복된 연습은 싫었지만 새 곡을 연주하고, 연주한 걸 듣는 게 정말 좋았다. 다섯 살 때 바이엘을 치면서도 감정을 담아서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벌써 데뷔 10년이다. 10년 전에 이런 모습을 상상했었나.

“막연하게나마 ‘뭔가 하고 있겠지’라고 생각은 했다. 그건 예상이라기보다 다짐이기도 했다.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해왔다는 건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아직은 좀 제한적이다. 예전에는 그 창구가 나한테 충분했는데, 음악이 다양해지는 만큼 창구도 더 다양하고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갈망이 있다. 지금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이 설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다. 아쉽다.”

 

선우정아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애니원, GD&TOP, 이하이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선우정아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애니원, GD&TOP, 이하이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에 ‘봄처녀’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뮤직비디오에 투애니원의 산다라박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산다라 언니가 큰 도움을 줬다. 거절당할 수도 있지만 ‘물어나 보자’ 하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무보수로 출연해줬다. 오히려 언니가 치킨도 사 들고 오고 그래서 깜짝 놀랐다. ‘이게 선배의 마음이구나’ 느꼈다. 돈은 둘째 치고 그렇게 하는 것도 다 시간이 드는 거 아닌가. 많이 배운다. 서로 어떻게 격려를 주고받는지.”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가장 아끼는 노래가 있다면.

“다 아픈 손가락이긴 한데…‘퍼플 대디’라는 곡이다. 내용은 둘째 치고 음악적으로 편곡이 너무 안 풀려서 마지막까지 고생한 노래다. 버릴 뻔했던 곡인데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충격을 노래로 풀었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일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이지 않나. 그것에 대한 첫 경험이었고, 게다가 아빠였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노래를 쓰게 됐다.”

-대중성에 관해서도 많이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고민을 많이 한다. 실험적인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고민한다. 하고 싶은 건 언제든지 끝까지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음악적인 재량은 타고났지만,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배우고 싶다.”

-내년 활동 계획을 소개해달라.

“내년에는 부디 새 앨범이 나와야 한다. 정규앨범은 힘들 것 같고 싱글이나 미니앨범. 이렇게 공표했으니 꼭 나와야 한다.(웃음) 원래 올해 나왔어야 할 곡들인데 창작에 막힘 돌이 있었다. 이제는 그걸 풀 수 있을 것 같다. 갈망이 생겼기 때문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