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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과 강간 위기에서 남편을 칼로 찌른 여성에 대해 여성단체가 구명운동과 함께 남편의 강간에 대한 정당방위로 사건을 접근하겠다고 밝혀, 부부강간에 대한 첫 판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평소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신모씨가 남편의 폭력과 강제적 성행위 요구에 저항하다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서울여성의전화가 신씨를 위한 구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재판에 대비해 부부강간에 대한 정당방위로 무죄석방을 주장하는 변호를 준비중이다.

결혼생활 12년 동안 신씨는 남편의 무능력 때문에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끊임없이 남편의 폭력과 성학대에 시달려오다 지난해 10월부터 남편 이씨와 별거에 들어갔고, 지난 1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별거중에도 남편 이씨는 신씨가 있는 친정으로 찾아와 집기를 부수고 칼로 위협하는 행패를 부려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4∼5번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 이씨가 수시로 칼을 들이대며 위협했기에 무슨 일만 있으면 습관적으로 칼을 치웠던 신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도 별거중인 남편이 집에 찾아오자 칼부터 침대밑에 숨겼다.

남편은 신씨에게 이혼소송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칼 대신 주방용 가위로 위협하며 방안으로 끌고 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가위로 다리를 긋고 강간을 하려고 했다. 신씨는 이를 뿌리치다 순간적으로 침대 밑에 둔 칼로 남편을 찔렀다.

신씨는 무서운 나머지 동생에게 전화로 알리고, 112에도 “데려가 달라”고 전화를 했다. 지금까지 폭력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은 모두 살인죄로 구속됐지만, 신씨의 경우 검찰이 이례적으로 상해치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최일숙 변호사는 이 사건이 흉기에 의한 위협과 강간 위기 속에서 신씨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를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재판의 관건은 부부강간이 인정되느냐와 강간에 대해 살인으로 대응한 것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느냐”라고 밝혔다.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의 국가에선 부부강간을 범죄로 인정하고 법적 처벌을 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1970년 3월 ‘부부 사이에는 혼인을 통하여 서로간에 정교를 승낙하였으므로 아내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아직까지 부부강간을 범죄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첫 판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여성의전화는 신씨의 무죄석방을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첫 공판은 6월 중순경 열릴 예정이라고 서울여성의전화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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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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