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엄마'의 자연주의 출산과 육아 / 12 모유 수유 ①

모유는 아기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울산시간호사회가 주관한 제7회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에서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울산시간호사회가 주관한 제7회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에서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사랑스러운 내 아기가 태어난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쁨을 얻습니다. 하지만 곧 혼란이 찾아옵니다. 모유 수유 때문입니다. 출산 전 당연히 모유 수유를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던 엄마도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는 모유에 절망합니다. 겨우 모유가 나오기 시작해서 기뻐하면 이젠 주변에서 난리입니다. 모유를 먹이면 아기가 안 큰다고 분유를 먹이라는 사람도 있고, 아기가 3~4개월만 되면 밤중 수유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 모유는 영양가가 없으니 그만 먹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다 사실이 아닙니다.  

아직은 사회 전반적으로 모유 수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닙니다. 한의사인 저 역시도 수유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대다수의 산모들은 모유 수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산후조리를 목적으로 한의원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모유 수유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의학적 조언 외에도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힘을 실어드리고, 모유 수유를 더욱 권장하기 위해 최근 IBCLC(국제인증수유상담가)를 취득했습니다. 

모유는 영양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오래 많이 먹일수록 유익합니다. 요즘 면역에 대한 관심이 큰데요, 자연분만을 통해 1차적으로 유산균 샤워를 해서 면역물질을 얻는다면 모유를 통해 면역물질을 얻게 되고, 엄마의 피부를 통해 면역물질을 획득하게 됩니다. 면역학적 공백기를 모유 수유를 통해 공백 없이 채워지게 됩니다. 출생 전에 태반에서 획득한 면역과 스스로 면역이 자리잡는 3~4세까지의 공백을 면역학적 공백기라고 하는데 이시기를 모유 수유가 채워주게 됩니다.  

국제보건기구와 유니세프에서는 최소 24개월간 모유를 수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저도 24개월 모유 수유를 했는데요, 다 큰 아이가 모유를 먹는다고 이상하게 보고 그러시더라고요. 한 인류학자에 따르면 문화적인 영향을 배제했을 때 젖을 떼기 가장 자연스러운 시기는 3~7세 사이라고 합니다. 

큰 아이가 모유를 먹는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최소 1년간 모유를 먹이고 엄마와 아기가 원한다면 이후에도 수유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모유 수유의 상한선은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에서는 2년 이상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지요. 특히 6개월은 오직 엄마의 젖만 먹이도록 합니다.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영양 공급원이며, 모유에 포함된 항체와 면역물질로 병에 덜 걸리고 회복도 빠릅니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 젖은 아이를 편안하게 하고 탈수도 예방하지요. 아기를 진정하고 안심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커가면서 스트레스와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 젖은 안도감을 줍니다. 스킨십을 통해 정서적 만족감과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지요. 

엄마에게도 이점이 있습니다. 수유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의 발생 위험이 감소하며, 모유 수유 시 분비되는 호르몬은 엄마를 편하게 이완시켜 줍니다. 젖을 물리면 아이를 달래기가 더 쉽고 여행도 편합니다. 젖병소 독이나 다른 일거리가 줄어들어 산후풍도 예방되며, 산후우울증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유 수유를 고집하는 것이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엄마들이 자신감 있게 모유 수유를 하기를 바랍니다. 잘못된 조언으로 수유를 중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유 수유는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입니다.  

* 권소라 원장은 대한형상의학회 정회원으로 학회 편집위원과 동의보감연구회 교수를 역임한 10년 차 한의사다. 가정분만을 통해 아이를 출산하고, 자연주의 방식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 전문적인 모유수유 상담을 위해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 자격도 취득하고 있다. 현재는 경상남도 진주시 신안동에서 본디올 호두나무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ho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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