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회군(回軍)하라
지혜롭게 회군(回軍)하라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1.06 11:18
  • 수정 2017-10-3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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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인정 교과서 실패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언제까지 교과서 투쟁을 이어 갈 것인가

야당이 출구 전략 써야 할 때

 

 

2일 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반대하는 항의농성에 돌입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일 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반대하는 항의농성에 돌입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부의 역사 교과서 확정 고시 발표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예산 심의는 중단됐고, 각종 무쟁점 법안의 본회의 통과도 무산됐다. 장관 인사 청문회도 연기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은 획일적이며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그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의 부정”이라며 “이제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교과서 문제는 이제 집필진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과서 문제가 이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는 그 책임을 교과서 집필진에게 두고 있다. 지난 30년간 특정 집단과 특정 인맥으로 구성된 집필진이 카르텔을 만들어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었고 전교조 등 좌파 단체가 교과서 시장 구조를 왜곡시켰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검정 교과서 시스템은 다양성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인데 이것이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검정 교과서는) 다양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상실했다”면서 “사실상 1종 교과서”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학교의 99.9%가 편향성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학교의 자율적 선택권이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정부에 묻는다. 이렇게 검인정 교과서가 실패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검인정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곳은 교육부 아닌가. 좌파 성향의 집필진이 수정 명령을 내려도 끝까지 거부하며 소송을 남발해도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정부는 직을 걸고 승인해주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정부의 말 대로라면 교과서가 좌편향된 것을 알면서도 적당히 시늉하면서 결국 집필진에 굴복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가 승인해 놓고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직무유기이며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전에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적당한 시기에 정부의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위한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했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국정교과서 예산을 미리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예산심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예산을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우회 전략으로 예비비 편성 방식을 택했다. 교과서 국정화 비용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화 작업이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만 하지 말고 정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이제 야당도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야당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언제까지 교과서 투쟁을 이어 갈 것인가. 야당에는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두 번의 심판 기회가 있다. 첫 번째 기회는 내년 총선이다. 야당은 내년 총선에서 ‘국정교과서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문재인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없지만, 국정교과서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을 전국적으로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심판이다. 정부 여당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고, 반대로 야당의 투쟁이 잘못된 것이라면 야당도 심판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기회는 내년 연말에 역사 교과서 시안이 나오면 그 내용을 놓고 진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과연 야당이 주장한 대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면서 역사를 왜곡했는지 검증할 수 있다.

이런 두 번의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교과서 투쟁을 장기화하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출구 전략을 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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