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은 솔직한 고백 담은 자화상
‘내숭’은 솔직한 고백 담은 자화상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5.11.04 15:46
  • 수정 2017-10-3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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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한국화가 김현정

시선 사로잡는 ‘파격 한국화’로 주목

전통 채색 기법에 현대의 콜라주 접목

한국화 아름다움 알리는 전도사 될 것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는 “앞으로 한국화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대중 앞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는 “앞으로 한국화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대중 앞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수복 대신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한복 치마를 입은 여인이 치마를 걷어 올리고 질주하는 경주마를 타는가 하면 커다란 백마 위에 올라탄 여인이 바닥에 놓인 자신의 구두와 가방을 향해 몸을 돌려 손을 뻗고 있기도 하다.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말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新(신)기마미인도’에 걸린 한국화가 김현정(27) 작가의 작품들이다. ‘한국화의 아이돌’로 불리며 당돌, 발칙,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말과 여성을 소재로 그동안 보여줬던 ‘내숭’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표현했다. 3일 말박물관에서 만난 김씨는 자신의 그림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꼭 닮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고백적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제 앞에서 웃으며 좋은 말씀을 하시다가 뒤에선 부당하게 평가하는 분들이 계세요.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선 이들의 모습을 희화화 하기 위해 ‘내숭’ 시리즈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우연히 거울을 보니 저를 희화화하는 사람이 거울 속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결국 제가 희화화하는 그림 속 모습이 저였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것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이고 본능적인 현상이었던 거죠.”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작가는 욕망을 고백하듯 드러내면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전통 동양화 채색 기법에 한지 콜라주를 접목해 주제를 표현한다. 저고리는 직접 제작한 색색의 한지로 콜라주하는 반면, 치마는 한결같이 반투명한 먹색이다. 표현 기법은 그의 작업 주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인물을 누드로 그린 후 그 위에 옷을 입혀요. 저고리는 얇은 한지로 콜라주해 한복 특유의 서걱거림을 표현하고, 치마는 담채로 속이 비치는 것처럼 표현해요. 반투명한 한복은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기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에요.”

김씨는 작업 방식도 독특한 편이다. 작품을 구상하면 스케치를 하고, 밑그림에 도움을 줄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인체 실루엣을 그리기 위해 레깅스를 입고 촬영한 후 한복을 갖춰 입은 뒤 똑같은 자세로 촬영한다.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작품의 인물 실루엣 위에 마치 종이인형 놀이를 하듯 옷을 입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기법에 현대적 주제를 다루면서 한국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그는 작품에 위트 있게 현대인의 일상을 녹여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욕망에 대한 솔직함도 묻어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김씨의 작품은 한국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도 대중적 인기에 한몫했다. 2013년 ‘내숭 이야기’를 주제로 연 세 번의 개인전 이후 전시 그림이 ‘완판’됐다. 작품만큼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평이 쏟아졌다. 특히 스타벅스 커피와 루이뷔통 가방을 담은 그림을 두고 “한국 여성을 비하할 목적으로 그린 그림” “된장녀를 표현한 그림”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된장녀라는 표현은 여자로서 가지는 윤택하고 화려한 삶에 대한 소망조차 부당하게 폄하하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녀 불문하고, 누구나 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취향과 윤택한 삶에 대한 바람이 있다는 것을 억압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제가 작업을 하면서 인정하게 된 제 솔직한 관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유망주로 주목받지만 그의 하루는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아침 작업실에 출근해 자신이 정한 작업 시간을 채운다. 야근도 다반사다. 그의 롤모델인 화가 피카소의 영향 덕분이다.

“피카소의 생애를 공부하다 보니 일생 동안의 작업량과 시간을 계산봤을 때 평균 2.2일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한 셈이더라고요. 제가 대학에서 한 학기에 3~4개 작업을 그리는 것과 비교해 보니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지난 10월 ‘2015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시상식에서 청강문화상을 수상한 그는 상금 500만원을 여성문화네트워크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신진 여성문화예술인 지원에 위해 쓰일 예정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인세 등을 모아 작업실 근처의 보육원에 물품 기부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작가로서의 꿈은 명료하다. 한국화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대중 앞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내년은 그가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3월 서울 인사동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미술은 음악에 비해서 대중에 의해 향유되는 저변이 두텁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동양화, 한국화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제 작품과 활동들을 통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한국화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정말 보람 있는 일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이를 위해서 우선 많은 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공감’에 기반한 작품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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