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최고의 인테리어 아이템

북 카페 같은 집 어때요

깊고도 넓은 책세상에 빠지다

“집 어디를 가도 책이 있어서 좋아요!” 여행가 한비야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했던 말이다. 그 눈이 반짝반짝한다. 책 읽는 기쁨을 온몸으로 아는 사람의 눈빛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 집 곳곳에는 책이 있다. 책상 위에는 물론 소파 곁에, 베갯머리에, 테이블 위에 그리고 화장실에도 책이 있다. 꽂혀도 있고 누워도 있고 펼쳐도 있고 쌓여도 있다.

단언컨대, 책은 최고의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근사해 보이고 싶다면, 분위기 살리고 싶다면 값비싼 물건들에 공연히 돈 버리지 말고 책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써라. 물론 보이는 책뿐이 아니라 읽는 책이라는 분위기를 풍겨야 성공한다. 장정이 화려한 책들만 꽂혀 있으면 외려 싸구려로 보인다. 문학이든 동화책이든 전집류가 좌르르 꽂혀 있으면 수상하게 보인다.

물론 서재 인테리어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솔직히 서재라는 말 자체가 별로다. 남성화된 공간의 이미지라서 그런가? 서재라는 방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꽤 있는데 대개는 남자의 방이었다. 여성들은 흥미롭게도 서재보다는 ‘작업실’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남자가 서재로 도망치는 심리와 여자가 작업실로 숨어드는 심리는 꽤 다를지도 모른다.

요즘엔 서재를 마련할 만한 공간의 여유가 있는 집이 별로 많지 않다. 차라리 다행이다. 할 수 없어서라도 책은 방에서 나와야 한다. 책은 골방 샌님, 공부벌레, 지식인 같은 상투적 이미지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었다. 만약 아이들 방에만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집이라면, 그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봐야 할지도 모른다.

책이 기막힌 인테리어 아이템이라고 해서 집을 서재처럼 만드는 건 또 별로다. 그렇다면 ‘북 카페’ 이미지는 어떨까? 6미터 높은 서가의 위용이 아니더라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채우지 않아도, 북 카페는 어쩐지 숨통이 트이고 향기가 나는 느낌 아닌가? 책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처럼 노는 것처럼 연애하는 것처럼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양성(兩性)적이다. 남자도 여자도 책이라면 통한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슈테판 볼만 지음) 라고 하는 시대도 아니거니와, 책은 TV처럼 리모컨 다툼을 할 이유도 없다. 남녀가 각기 좋아하는 이 색깔 저 색깔의 책들이 어우러져도 무방하다. 책에 대한 책 중에서도 유쾌했던 『서재 결혼시키기』(앤 패디먼 지음)는 책을 좋아하는 남녀의 결합과 다툼과 화해와 즐거움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낸다. 로맨틱 드라마에서는 왜 그리 책이 사랑의 매개체로 자주 등장할까? 그 빛깔, 그 의미, 그 소리가 통해지는 것이다.

책은 부모와 아이를 엮어준다. 내가 각별히 행복하게 느꼈던 순간 중 하나가 어릴 적 두 딸과 남편이 마루에 둘러앉아 만화 시리즈를 잔뜩 펼쳐놓고 각기 몰입해서 읽던 그 시간의 분위기다. 추석, 성탄절 같은 뭔가 푸근한 선물의 향취가 났다. 소리 없이 행복한 소리가 막 들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만화책이면 어떠하랴, 책으로 어른과 아이가 통할 수만 있다면.

북 카페 같은 집을 상상해보라. 아빠 서가, 엄마 서가, 아이 서가가 섞이고 다채로운 장정의 책들이 색깔을 불어넣고, 깊고도 넓은 책의 세계가 후광을 두르는 집에서 당신은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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