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를 위한 마음 필사 『엄마공부』

 

『엄마공부』 박혜란/ 토트
『엄마공부』 박혜란/ 토트

“지금 공부를 좀 못한다고 아이가 꼭 잘못될 것 같으세요? 아닙니다. 공부를 못해도 그걸로 주눅 들지 않는 마음 근육이 튼튼한 아이라면 아무리 험한 세상에서도 자기만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아이를 그렇게 꿋꿋한 사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으세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등을 펴낸 여성학자 박혜란(69)씨가 좋은 글을 따라 쓰는 ‘손으로 생각하기’ 시리즈의 하나로 『엄마공부』(토트)를 펴냈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인 저자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서울대 독문과 졸업 후 언론사 기자 생활을 하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퇴직해 전업주부로 살았다. 늦깎이로 여성학을 공부해 지난 30여 년간 여성문제와 교육문제에 대한 말하기와 글쓰기를 꾸준히 펼쳐왔다.

『엄마공부』는 메모 공간이 절반을 차지하는 필사 노트다. 여간해서 손으로 글씨를 쓸 기회가 없는 요즘 한자 한자 손으로 새기며 엄마의 마음을 체화하는 과정을 선물한다. 여러 번 읽다 보면 남이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나한테 다짐하는 말로 들리게 된다. 나아가 한자 한자 천천히 음미하며 손으로 써보면 그 내용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느긋하고 즐겁게 아이 키우는 법을 따라 쓰다 보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고 머리에 남는다.

이 책은 고단한 맞벌이와 치열한 경쟁사회에 지친 엄마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아등바등 키운다고 해서 꼭 아이가 잘되는 것도 아니고, 긴장 풀고 놓아 키운다고 해서 잘못되는 것도 아니라고 나직이 말을 건네며 엄마들의 편을 들어준다. 나아가 쓸데없는 걱정이나 죄책감일랑 접어두고 쉽게, 가볍게, 즐겁게, 믿음의 힘으로 아이를 키우라고 어깨를 다독여준다. 아이들은 엄마가 쉽게 키우면 쉽게 자라고 어렵게 키우면 어렵게 자란다는 얘기다. 

“집착하고 지배하지 않으려면 엄마와 아이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숨이 가쁠 정도로 꼭 끌어안지 말고 자유롭게 숨을 쉴 정도의 틈을 내주라는 말이다. 너무 밀착돼 있으면 아이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내가 엄마 노릇을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아이를 때가 되면 떠날 손님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더욱 자유롭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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