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일으킨 2살 여아 성폭행 등 10월에만 뉴델리에서 3건 발생

시민들 “정부·경찰 믿을 수 없다” 무능 비판 거리 시위 벌여

2014년 한 해 동안 3만 6000여건 발생…인도 성범죄 실태 심각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연이은 아동 성폭행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단체 AISA(All India Students Association)의 회원들.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연이은 아동 성폭행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단체 AISA(All India Students' Association)의 회원들. ⓒ페이스북 Our DU Our Right Our Fight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분노한 뉴델리 시민들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정부와 경찰의 무능을 비판하고 성폭행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8일 뉴델리 경찰은 생후 2년 6개월의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17세의 청소년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마을이 정전된 틈을 타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왔던 아이를 납치해 범행을 저지른 후 공원에 버려두고 달아났으며 아이는 몇 시간 뒤 의식이 없이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비슷한 시기인 17일 뉴델리 동부에선 5살 난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남성 3명을 체포됐다. 또한 일주일 전인 9일에도 철길에서 성폭행 당한 뒤 버려진 4살 여자아이가 발견되는 등 10월 들어서만 뉴델리에서 3건의 아동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연이은 아동성폭행 사건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비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시민들은 뉴델리를 ‘강간의 수도’(Rape Capital)이라 부르며 분노했고 거리로 몰려나와 무능한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SNS 상에서는 #MakeDelhiSaf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딸을 둔 부모들의 분노와 걱정,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걷고, 일하고, 범죄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평화롭게 살 수 없다면 문명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사건은 정치권 간의 싸움도 일으켰다. 사회운동가 출신의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는 경찰에 대한 통제권이 연방정부에게 있는 상황에서 경찰을 시민을 지키는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델리 경찰이 사건을 주 정부가 아닌 모디 총리의 연방정부에 직접 보고했다”면서 “연방정부와 경찰은 여성과 아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으며 경찰에 대한 통제권이 주정부에 이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사회운동가들은 이와 같은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인도에서는 이미 만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폭행 생존자를 위한 NGO ‘스네할라야’의 설립자인 기리쉬 쿨카르니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끔찍한 사건들은 인도 사회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하지만 이런 일은 많은 이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성범죄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자크핸드 주에서 9살짜리 여자아이가 집단성폭행을 당해 사망했고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는 8살 아이가 외삼촌에게 성폭행 당했으며 뉴델리 근처에서는 20살 여성이 6명에게 집단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면서 “인도 전역을 생각해볼 때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폭력 범죄 규모는 끔찍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 총 3만6735건의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이 중 2096건이 수도인 뉴델리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수치심에 신고를 꺼리거나 신고를 해도 경찰이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012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버스 여대생 성폭행 사건 이후 정부는 성폭행 범죄에 대한 형량을 20년으로 두 배 늘렸으며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특별법정을 설치한 바 있다.

영국의 구호단체 ‘글로벌 기빙 UK'는 11월 한 달 동안 인도 정부에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허 보이스‘(Her Voice)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엘레노어 해리슨 회장은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은 즉시 근절해야 한다”면서 “인도 전역에는 정의와 안전, 여성에 대한 존중을 위해 투쟁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있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보인 지역 단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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