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독자의 목소리… 여성신문은 내게 OO다

여성신문 27년사는 곧 한국 여성사

“거름 주고 가꿔야 할 우리 신문”

여성 관점 분명하고 읽을거리도 다양

1988년 10월 28일 창간준비호를 낸 여성신문이 올해로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여성의 눈이 되어 / 여성의 입이 되어 / 캄캄한 빈집 밝히는 불빛처럼’(천양희 시인의 창간 27주년 축시 ‘신념을 등불 삼아’ 중에서) 보낸 시간이다. 여성신문 27년사는 곧 한국 여성운동이 걸어온 역사다. 또 한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여성 리더십을 가진 나라가 되기까지 여성의 눈으로 보고 쓰며 함께 해온 동행의 시간이었다.

창간 당시 여성신문은 ‘지면’을 통한 여성운동을 표방했다. 27주년을 맞는 지금은 실시간 보도를 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미디어로 발전했다. 독자들을 만나 여성신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여성신문은 시각이다

여성신문은 여성의 시각과 쟁점을 알려줘 생각할 거리를 준다. 여성신문을 구독하면서 노동문제 등 내가 전공하지 않은 분야의 현안을 배워나갔다. 여성신문은 그동안 선두에서 여성인권 문제를 다뤘다. 김부남 사건 때는 다른 일간지들이 여성신문 기사를 받아서 쓸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보은·김진관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창간 당시 출자금을 10만원씩 모을 때 주주로 같이 참여했다. 여성학 전공자들은 다들 ‘여성신문은 우리 신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거름을 줘서 키워나아가야 할 나무로 여겼다. 뾰족함을 잃을 땐 비판도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애정이 깔려 있다. 여성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의 동반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북지역 여성운동단체를 창립하면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여성신문 27주년과 내가 여성운동을 한 기간이 비슷하다.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의 동반자 겸 지원자다.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 후퇴한 데다 여성의제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성혐오 현상도 있고, 여성운동에 대한 역풍도 있어 걱정스럽다. 여성운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데 여성신문이 있어서 여성의제를 다루고, 여성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줘 감사하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성신문은 횃불이다

횃불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빛과 따뜻함이다. 여성신문은 가부장주의와 남북 분단이 만들어 놓은 억압을 밝히는 빛이었으며, 사회적 소수자에게 관심과 배려를 갖도록 깨우친 따뜻한 손이었다. 그것은 힘없는 자의 무기, weapons of the powerless였다. 여성신문은 횃불이다.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라는 말처럼 이제 여성신문은 모두를 위한 횃불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성평등 세상은 모든 소수자들에게 좋은 세상이다.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왼손잡이에게도…. 여성신문은 그들의 제일 앞에 서 있다. 그래서 횃불이라는 것이다.

 

김현정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북지회 팀장

여성신문은 알람시계다

나에게 일·가정 양립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다.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늙으신 시골 부모님의 맏딸로,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의 팀장으로 1인4역 연극놀이를 하듯 역할에 따른 일과표를 짜 가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내게 여성신문은 깨어나라고 알려주는 알람시계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우리 시대 여성들의 고민에 대한 대안을 같이 모색해가는 언론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여성신문이 지금껏 우리나라 여성들의 알람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준 것처럼 더 넓은 포용력으로 아시아 저개발국의 소외되고 열악한 여성들에게 큰 알람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인사동 비솝 직원들이 여성신문 창간27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왼쪽이 신세진 인사동 비솝 대표)
인사동 비솝 직원들이 여성신문 창간27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왼쪽이 신세진 인사동 비솝 대표)

신세진 인사동비솝 대표

여성신문은 제2의 눈이다

여성신문 독자가 된 후 세상에 내가 모르는, 아니 내가 관심 없이 지나쳤던 많은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저 나 혼자 겪고 극복해야 했던 힘든 일을 나누면서 해결하고 서로 노력해서 이겨낼 수 있다는 멘토링을 받게 해준 고마운 신문이다.

지금도 여성신문을 통해 많은 여성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여러 멘토의 사례를 접하면서 직원들의 시간선택제 근무를 도입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을 채용했다. 그렇게 조금씩 여성이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신문을 통해 나는 세상에 당당한 여성임을 깨쳤다. 여성신문을 통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으니 여성신문은 내게 ‘제2의 눈’이 되어준 게 확실하다.

 

이기춘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여성신문은 읽을거리다

여성신문은 읽을거리가 다양해서 열독한다. 한때는 정치 기사가 많아 다소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성 기사도 많고 문화예술 기사도 좋다. 얼마전 보도된 핀란드 노인주거공동체 ‘로푸키리’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아시아의 여성활동가들’ 연재에선 외국 여성운동 경향을 알 수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여성신문 독자가 되라고 많이 권유한다. 여성신문 독자들이 2배 이상 늘어났으면 좋겠다.

 

진금옥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

여성신문은 창이다

제주에 사는 커리어우먼인 나는 여성신문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만나고 힘을 얻는다. 여성신문이 제주에서 마련한 W위기경영 제주포럼이나 '신나는 언니들' 공연도 감동적이었다. 외롭고 힘들 때 여성신문의 존재가 큰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나 같은 여성들이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연대감을 느낀다.

 

박인용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대표·

김인숙 함께가자아동발달센터 소장 부부

여성신문은 평등이다

여성신문은 공동 주부이자 부모 활동가인 나에게 부부의 평등과 여성의 힘을 일깨워준다. 여성신문은 한국 최초로 ‘평등부부’란 개념을 만들고 대중화시켰다. 나 역시 여성신문을 읽으면서 부부의 평등이 어떤 의미인지 배우고 깨달았다. 가정은 부부공동체이며 독립적이되 상호 존중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김휘연 국제개발구호단체 더프라미스 대구경북본부장

여성신문은 응원군이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조직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늘 벅찬 과제였다.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조건은 빈곤·장애·인권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논의와 지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작 일터인 사회복지 현장에서 현실적인 생활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늘 만나면서도 여성이 가질 특수한 어려움과 그의 희망과 행복에 대해 세심하게 다루지 못한 점이 있었다. 이를 인식할수록 여성들의 든든한 응원군인 여성신문의 존재 그 자체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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