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멀린스-조윤선 대담

“나는 다리가 없을 뿐… 실패는 성공 향한 과정”

진짜 장애는 상상력 없는 짓눌린 상태

목표 있다면 한계 규정 짓지 말아야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세빛섬에서 열린 제 4회 세계여성경제포럼에서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에이미 멀린스가 대담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세빛섬에서 열린 '제 4회 세계여성경제포럼'에서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에이미 멀린스가 대담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의사는 제게 평생 걷지도, 뛰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저는 해냈습니다. 모든 한계를 거부하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안 된다’는 것을 용납하지 마세요.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두 다리가 없지만 육상선수이자 패션모델,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에이미 멀린스(44)씨는 2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여성경제포럼 2015’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신의 한계와 미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 다리의 종아리뼈가 없는 ‘비골무형성’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그에게 다리가 없다는 것은 큰 ‘장애’가 아니었다. 탄소 소재 의족을 신고 1996년 애틀랜타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육상 100m와 200m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1999년엔 나무로 만든 의족을 신고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 패션쇼의 모델로 런웨이를 걸었다. 최근엔 활동 영역을 넓혀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다.

멀린스씨는 “사전에서 ‘장애’의 유의어를 찾아보니 지쳐버린, 무능한, 거세된, 아픈, 부족한, 상처입은, 무력한, 약한, 짓이겨진 등 부정적인 단어들뿐이었다”며 “나는 다리가 없을 뿐이다. 진정한 장애는 장점을 보지 못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이 없는 상태의 억눌린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의 가치관대로 살아간다면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대담자로 나선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연설과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실패를 통해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말한 부분이다. 어떤 실패를 경험했고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멀린스씨는 “세계 신기록을 내기 전까지 수많은 경기에서 졌고, 지금도 영화 오디션에서 몇 번이나 떨어지고 있다. 이력서에 쓰지 못한 수많은 실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계속 노력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주위에 요청하고 자신의 꿈을 말로 표현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실패란, 성공을 향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또 조 전 장관은 “에이미가 가진 무한한 용기는 타고난 품성인 것 같다”며 “열정이 넘치고 자신감에 차있는데, 우울하거나 짜증나는 순간도 있느냐”고 물었다.

멀린스씨는 “물론이다. 오늘도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에 두려움이 밀려왔다”며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동기부여가 되고 열정을 끓어오르 게 하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실패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멀린스씨와 조 전 장관은 행사 전날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를 만났다. 멀린스씨는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한 이들에게 멘토가 될 것을 약속했다.

멀린스씨는 “김 하사가 의족을 신고 이왕이면 좀 더 멋져 보이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군복과 더 잘 어울리는 의족을 설계하고 싶어했다. 강한 의지를 갖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청년들이었다”며 “오히려 이들 주변에서 ‘다쳤구나’ ‘아프겠다’고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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