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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우리도 재밌자’ 주장

5월을 맞아 대학들은 축제시즌에 들어갔지만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대동제’는 퇴색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에 들어가 각 대학모임 게시판을 검색해봐도 ‘대동제’보다는 ‘축제’가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더 많은 재미를 추구하게 된 대학생들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축제를 준비하는 총학생회들은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대는 아예 5월 축제 표어를 ‘우리도 재밌자’로 내걸었다. 그리고 15일 개막제에서는 박효신, 윤종신 등 연예인 공연과 함께 단체 미팅을 벌였다. 그동안 다소 무거운 주제로 축제를 꾸려왔던 서울대로서는 파격적인 변화였기 때문에 서울대 학생들은 통신공간 안에서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축제가 아니라 대동제라고 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축제라고 하는 듯하니 일단 축제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ID itki), ‘일부에선 상당히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지만 축제만은 제발, 그냥 재밌게 보냈으면 좋겠네요’(ID 까막까망) 등이 대표적 반응이다 .

단체 미팅에 참가한 교육학과 1학년 최민호 군은 “지금의 대학이 과거의 학생운동하던 시절과 다르다고 비판하는데, 사회가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만큼 꼭 그런 쪽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문화적인 측면을 많이 신경써주는 총학생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단체 미팅 이외에도 당구대회, 스타크래프트 대회, PUMP 대회 등 기존의 대동제에서 볼 수 없었던 행사를 여럿 준비했다.

이같은 대학축제의 변화는 다른 대학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응원제가 유명한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연예인이 출연하는 응원제에만 줄을 서서 표를 사고 다른 행사에는 참여율이 저조한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5월 3일부터 축제를 시작했던 고려대의 경우, 등록금투쟁에 밀려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 응원제인 ‘입실렌티’만이 성황을 이뤘다. 나우누리 고려대 통신동호회에서는 샤크라 등의 댄스가수들이 출연한 데 대해 ‘대놓고 립싱크하는 가수들은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ID rdniro), ‘댄스그룹이 초대가수로 나와서 더 좋았다’(ID 아마노) 등 찬반이 엇갈렸다.

또한 입장료가 예년의 2천원에서 두배인 4천원으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축제의 상업성과 연예인 출연을 문제삼았던 학내 여론은 오히려 잠잠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고대 교지 '석순'의 김이효은 편집위원은 “상업성은 더 짙어지는데 신입생들은 그것을 좋아하는 분위기다”라며 변해가는 대학문화와 이를 환영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세태를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연세대도 마찬가지. 장터와 응원제인 ‘아카라카’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 '두입술' 권박효원 편집위원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대동제의 전통이 친구나 애인이랑 주점에서 술 먹기, 응원제 가기만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함께 어울리는 ‘대동제’의 의미가 사라지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총학생회를 후원해 주는 대신 축제기간에 학내에 들어와 장사를 하거나 이벤트를 벌이는 외부 업체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학내에 진입한 업체가 적어지긴 했지만 해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연예인’과 ‘술먹기’로 고착되는 대학축제의 변화상은 또다른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핑클과 G.O.D, N.R.G 등의 연예인이 출연한 경희대 축제에서는 몰려온 고등학생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 행사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광운대에서는 작년 5월 대동제에서 교정에서 술 마시고 추태를 부린 사람들 때문에 통신공간에서 한바탕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술판’으로 유명한 고려대 역시 ‘축제 기간에 학교 안에는 술밖에 없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외부 업체에서 실시한 ‘탁주 시음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의견도 많다. 과거 무거운 시대적 요구를 대학 에서 수용하기에는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를 모두 갖춘 축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교지편집장 김혜진양은 “아카라카 전에서 연예인 보고 장터에서 먹는 것밖에 의미가 없느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선한 시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며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반T 경연대회’를 예로 들었다. 연세대 ‘과·반 학생회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각 반이 반T를 입고 준비한 장기자랑을 하는 것으로 반 구성원이 ‘하나된다’는 의미와 함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앞으로 대학축제가 나가야할 길을 시사했다.

'이신 지영 기자 skyo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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