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아빠는 완벽한 노후 보장

경제적 어려움도 적응할 수 있는 체력 생겨

우리 사회 아버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

대한민국에서 아빠육아휴직을 경험한 워킹대디로 산다는것은 어떤 것인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워킹대디 쇼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했던 워킹대디들에게 물어봤다.

 

조성배 씨 가족
조성배 씨 가족
조성배 (춘천, 성북구도시관리공단 근무)

한마디로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들 육아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워킹대디는 슈퍼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매일 춘천과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맞벌이다. 주중에는 살림, 육아의 대부분을 아내가 전담하고 주말에나 겨우 집안일을 함께 할 수 있다.  워킹대디보다는 워킹맘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정 일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나도 가정에서 내 역할에 대해 스스로 찾아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빠육아휴직도 관련된 교육이나 정보의 제공, 커뮤니티가 좀 더 활성화되면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에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권오성씨가 딸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권오성씨가 딸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권오성 (충북 교육청)

육아는 더 이상 엄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모두가 책임져야 하고 함께 해야 할 임무이며 역할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8개월 정도가 됐는데 사회에서 얻었던 보람 그 이상을 얻고 있다.  물론 사회에서 받던 스트레스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 스트레스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회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였다면, 육아 스트레스는 아이의 미소, 먹는 모습만 봐도 눈 녹듯이 사라진다. 직장생활 중 잠시 아이와 놀아줄 때와는 다른, 소소하지만 다시는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워킹대디들이여 과감하게 육아에 투신하라.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 관절이 부서지더라도 안아주라. 그 시기가 지나면 안아주고 싶어도 안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시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보다도 더 짧다.

 

 

조갑현 씨 가족사진
조갑현 씨 가족사진
조갑현 (강릉, 교사)

육아휴직 아빠로 산다는 것은 ‘완벽한 노후 보장이다’라고 생각한다. 오래 사는 것이 불행인 시대라고 한다. 경제적 문제, 인간관계, 살림살이가 쉽지 않은 시대다. 이런 때에 육아휴직을 해본 워킹대디는 미래 시대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에 익숙해지면 나이 들어 혼자 남겨졌을 때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와 교감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녀가 성장했을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돈만 벌어다 주는 아빠는 애완견 다음에 위치하지만 육아휴직 아빠는 일순위 아빠로 위치한다. 인간관계를 맺는 연습도 많이 하므로 퇴직 후 인간관계를 새로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휴직으로 경제적 결핍을 느껴봤기 때문에 절약생활이 몸에 배어 경제적 어려움도 능히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긴다. 

 

 

고재대(광주, 5·18기념재단 총무기획팀)

아빠육아휴직은 일하는 가족의 오아시스다.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여러 갈등 또는 갈증 요소를 잠시나마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다. 육아휴직 아빠의 헌신이 없다면 신기루와 같다. 사막의 더위와 갈증과 같은 육아의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꿋꿋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면서 육아를 한다는 것은 일과 가정을 같이 챙겨야 할 부부의 숙명이다. 워킹대디가 특별할 수 없는 것은 워킹맘과 같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때, 육아의 고충을 아내에게만 전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사도 분담하는데 육아도 당연하다.  

 

 

강명철 (충북 청주, 교사)

아빠육아휴직은 처음엔 부담스럽지만 평일 낮 아무도 없는 한가한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경력단절을 통해 일의 소중함을 배우고 아이의 밝은 기운과 가정의 화목함으로 자기 충전을 가지는 시간이 된다.  워킹대디로 산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남편도 가사, 육아를 해야 하기에 언제나 바쁘고 힘이 들지만 여전히 가정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므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재한 (춘천, 화천군청 근무)

육아휴직을 경험했던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워킹대디에게 “아빠육아휴직은 내 인생의 또 다른 기회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경제적·사회적·조직 내 분위기 등으로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다. 분명 조직 내에서의 마찰과 경제적 어려움 등 예상되는 문제를 피할 수는 없을 테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감수하고 택한 6개월의 육아휴직은 내 인생에 있어 가족의 의미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게 해준 또 다른 기회였다.

워킹대디로 산다는 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인식의 편견을 조금씩 조금씩 낮춰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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