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평화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촉구

 

올해 아흔둘의 이이효재 선생이 ‘생명을 사랑하는 분단 여성들의 호소’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 아흔둘의 이이효재 선생이 ‘생명을 사랑하는 분단 여성들의 호소’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제 기억력도 없고, 말도 이렇게 어둔하지만 그나마 눈은 괜찮다. 내 눈으로 신문, 잡지는 열심히 읽을 수 있는데 우리의 현실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는 계속 중무장 상태가 아닌가.”

한국 여성운동의 산 역사, 올해 아흔둘의 이이효재 선생이 이 땅의 평화와 어린이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여성평화선언 100인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생명을 사랑하는 분단 여성들의 호소’는 이이효재 선생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다.

이이효재 선생은 2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서울을 찾은 이유는 오직 ‘남북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 때문이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했지만, 여성운동의 큰 어른으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빛났다.

“여러 가지 벅찬 감정에 여러분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이이효재 선생은 남북 분단을 언급하며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이산가족의 아픔과 수난, 자식의 죽음을 견디는 모습이 마음 아프다. 어린이들에게 그런 세월을 또 허용한다면 우리는 죽을 죄인이다. 그래서 오늘 이 늙은이가 여러분 앞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이효재 선생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우리 정부가 역사책을 국정화로 다시 바꾼다고 한다”며 “우리의 어린이들이 세계의 어린이들과 더불어 자유롭게 소통하고 뛰어놀고 자유를 누려야 하는 시대에 어린이들의 행복을 정권이 억누르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어린이들을 위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이이효재 선생은 한국 최초로 여성학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여성학 이론을 현실 운동에 결합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사회교육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창립했으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2대 회장으로 여성운동 현장을 지켰다. 1979년에 펴낸 『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은 여성운동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수많은 여성을 여성운동의 길로 인도했다. 지난 1998년에는 재산을 기증해 여성사회교육원에 여성운동 후배들을 위한 청산교육장을 마련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