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단풍 군락지,

도심 속 산책 코스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의 자태

 

오늘 일상이 지루하면

가을이 휘릭 지나기 전에

단풍 여행 떠나세요!

가뭄이 영향을 미친 2015년 단풍은 조금 슬프다. 화사한 색색이 물들기 전에 바싹 마른 이파리들이 땅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놓칠 수 없는 지금은 가을이다. 가까이서 보면 마르거나 병들어 마음 아픈 모습이지만 함께 모여 어우러진 풍경은 가을 단풍의 자태를 여전히 뽐낸다. 올해 단풍 놀이의 포인트는 멀리, 멀리 바라보기! 장소와 상황에 맞는 공간을 찾아 떠나보자. 가을이 휘릭 지나기 전에.

 

강원도 홍천군 은행나무숲의 일몰 풍경 ⓒ김애진
강원도 홍천군 은행나무숲의 일몰 풍경 ⓒ김애진

 

강원도 홍천군 은행나무숲 입구. ⓒ김애진
강원도 홍천군 은행나무숲 입구. ⓒ김애진

홍천 은행나무숲, 황금빛 가득한 비밀의 공간

강원도 홍천 광원리 은행나무숲은 2010년 개방된 사유지로 작은 마을 안 비밀의 숲이다. 연중 10월만 일반에 대문을 열어준다.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 울긋불긋한 단풍 군락지는 흔하다면 흔하지만, 오로지 은행나무만 가득한 노란빛의 숲은 생소하면서 아름답다. 숲이 가장 밝게 반짝이는 시간은 해가 들고 저무는 때다.

산 속에 숨겨진 숲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몰과 일출 시간 앞뒤로 한 시간 먼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감안하자. 3만3057㎡에 이르는 숲 안쪽으로 이곳 주인의 소박한 집이 자리해 있다. 사유지를 공유한 마음에 감사를 표하며 조용한 걸음으로 지나자. 개방 기간 동안 숲 입구에는 마을 장터가 열린다. 광원리 청년회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키운 홍천 농산품과 떡볶이, 어묵, 감자떡, 감자전 등 먹을거리들을 판다.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길가 안쪽에 차를 주차해야 한다. 걸을 때도 운전할 때도 조심하자.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달둔교)

 

강원 속초시 설악산에서 등산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강원 속초시 설악산에서 등산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설악산 백담사 숲길. ⓒ김애진
설악산 백담사 숲길. ⓒ김애진

 

설악산 백담사 숲길 ⓒ김애진
설악산 백담사 숲길 ⓒ김애진

 

강원 속초시 설악산 비룡폭포 가는 길. ⓒ김애진
강원 속초시 설악산 비룡폭포 가는 길. ⓒ김애진

설악산, 두말 필요없는 단풍 일번지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설악산의 단풍은 가히 최고다. 가을이면 높고 낮은 봉우리의 거칠고 부드러운 기암절벽 사이사이 단풍이 곱게 물든다. 산이 보여줄 수 있는 가을빛을 한껏 뽐내니, 길은 어렵지 않고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등산이 싫은 사람들은 산자락에서 맛깔스런 산골 음식을 즐기며 단풍 구경하기도 좋고, 백담사 앞 천변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눈의 호사를 누려도 좋다.

쉽게 즐길 수 있는 등산길은 속초에 있는 신흥사와 인제의 백담사다. 신흥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권금성 봉우리로 향하거나, 단풍 숲길 사이를 사부작대며 걸어 비룡폭포와 금강굴에 이르면 좋다. 백담사는 경내 구경과 함께 사찰 앞으로 흐르는 계곡 옆 돌길이 또한 볼거리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돌탑들이 각각의 사연을 안고 세워진 탑 풍경은 억겁의 세월을 자리한 나무들과 함께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설악산은 높낮이와 상관없이 사시사철 사람이 많다. 서로 가는 길에 예의를 다하면 자연이 주는 보답을 더욱 행복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강원 속초시 설악산로1137 신흥사, 인제군 북면 백담로746 백담사 / 설악산국립공원 033-636-7700

속리산, 일상 버리고 가을숲 가볼까

속세를 잊게 해준다는 산, 속리산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물든다. 사시사철 뚜렷한 계절 변화를 보여주는 수목이 울창하고 독특한 모양의 암봉과 법주사를 비롯한 사찰 등 자연과 역사문화가 조화롭다. 특히 걸어볼 만한 단풍길은 문장대 코스다. 봉우리가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하여 운장대라 불렸다가 조선시대 세조가 문무 시종과 이곳에서 날마다 시를 읊었다 하여 문장대로 불린다는 설이 전해진다.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관음봉, 칠성봉, 시루봉 등 일대의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은 보은군 법주사에서 시작해 세심정까지 완만한 길을 지나, 문장대까지 다소 난도가 높은 구간으로 이어진다. 정상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속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절경이 삶의 노고를 위로한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205 법주사 / 속리산국립공원 043-542-5267 / 단풍 절정기 10월 28일

 

강원도 태백시 철암 단풍 군락지. ⓒ태백시청
강원도 태백시 철암 단풍 군락지. ⓒ태백시청

태백 단풍군락지, 붉게 타올라 검게 사라지다

강원도 태백에는 짧지만 강렬한 단풍길이 있다. 철암역 부근 철암초교 앞 철암천의 붉은 다리를 건너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멧길로 이어지는 길로 면적은 3000㎡ 정도로 짧지만 핏빛이라 불릴 만큼 진한 단풍이다. 짧은 단풍길이 아쉽다면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면 좋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인접한 구문소와 700m 고원의 숲으로 알려진 고원자연휴양림,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내다보이는 연화산과 연화산유원지가 멀지 않다. 석탄을 저장하던 검은 산 둘레의 가을빛은 보다 빨리 스쳐지난다.

강원 태백시 동태백로 584 철암초등학교 / 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한 폭의 그림 같은 선운천의 가을 ⓒ김애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선운천의 가을 ⓒ김애진

 

전북 고창군은 풍천장어구이로 유명하다. ⓒ김애진
전북 고창군은 풍천장어구이로 유명하다. ⓒ김애진

고창 선운사, 온몸으로 울부짖는 가을빛

선운산은 호남 지역의 명승지로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선운사 입구부터 500여m, 가을날의 선운사는 어느 계절 못지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송악은 절벽과 단풍에 어울린 풍경을 보이고, 일주문까지의 공원은 선선한 가을날의 바람이 낙엽과 나뒹군다. 온통 갈색으로 물든 길은 일주문부터 선운사 앞까지다.

하늘을 가린 나무에서 주저없이 떨어진 낙엽들이 선운천 위로 둥둥 떠올라 길을 이어주니, 마치 지금은 가을이라며 온몸으로 울부짖는 듯하다. 선운사 경내 구경도 즐겁다. 도립공원의 봉우리들이 사찰 주변을 둘러치고 우뚝 솟아 단풍빛을 발하니, 중앙에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을날의 환희가 심신 가득히 채워진다. 시간과 상황이 된다면 선운사를 지나 자연의집 지점까지 조금 더 길을 이어보자. 사부작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는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선운사 / 선운산도립공원 안내소 0063-560-8681

덕수궁돌담길, 오로지 두 발로 즐기는 도심 산책

지하철 시청역 부근 덕수궁돌담길은 서울 데이트 코스 일번지이면서 가을날 단풍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돌담길을 따라 길을 이어가면 현대와 과거 사이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함께 걷는 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홀로 걷는 고독의 낭만도 멋스럽다. 돌담길에서 단풍놀이를 끝내기 아쉽다면, 청계천을 지나 삼청동길로 걸어보자.

청계천 이팝나무는 봄과는 다른 얼굴로 살랑인다. 삼청동길 입구까지 경복궁 옆길에 줄지어 있는 갤러리들도 천천히 둘러보면 좋다. 10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경복궁 마당이 일반에 무료 개방되는 것도 기억하자. 천천히 걷는 도심 산책은 일상이 주는 복잡한 풍경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여유롭게 활기차다. 도심 안에서 만나는 가을빛도 무척이나 눈부시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02-771-9951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02-3701-9500 / 서울시 도보관광 안내 02-6925-0777, 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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