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린인’ 재단, 직장 내 여성 지위 분석 보고서 발표

여성 활용이 미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 여성 리더에 적대적인 문화 바뀌어야 

 

셰릴 샌드버그의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표지. ⓒwomenintheworkplace.com
셰릴 샌드버그의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표지. ⓒwomenintheworkplace.com

“지금 같은 추세라면 고위 경영진(C-suite)에서 양성평등을 이루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오늘 우주로 출발한 사람이 화성을 지나 명왕성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을 10번 반복하는 시간이 흘러도 여성이 고위 경영진의 절반을 차지하진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멀리 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미국 기업 내 여성의 지위를 분석한 ‘직장 내 여성 2015’(Women in the Workplace 2015) 보고서를 발표하며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샌드버그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린인재단과 컨설팅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가 공동으로 발표한 이 보고서는 총 118개 기업 3만여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와 인사 관행, 젠더인식, 직장 만족도 등을 조사, 분석했다.

 

직급 별 여성의 비율은 2012년에 비해 증가했지만 상승세는 미미하며 최고위직의 경우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직급 별 여성의 비율은 2012년에 비해 증가했지만 상승세는 미미하며 최고위직의 경우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종을 대상으로 했을 때 여성의 비율은 45%에 달했지만 이사(director)급으로 올라가면 32%, 부사장(vice president)급은 27%로 점점 감소하며 고위 경영진(C-suite)에 이르면 여성은 17%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 조사 때의 16%보다 겨우 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높아서라기보다 승진 과정에서 더 많은 장애에 부딪혀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직장 환경에도 시달린다. 성별이 승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믿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의 두 배이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보다 고위직 여성이 성별을 더 큰 장애요인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직 승진을 원하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직급이 낮을수록 적다. 그 이유로는 직책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고위직 승진을 원하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직급이 낮을수록 적다. 그 이유로는 직책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외부적인 환경만이 문제는 아니다. 안타깝지만 여성들에게 고위경영진이 되겠다는 열망 자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최고경영진에 오르고자 하는 열망은 신입사원 여성이 39%(남성은 47%), 상급관리자 여성이 60%(72%)로 모든 직급에서 남성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족문제 때문만은 아니며 자녀가 없는 여성들도 마찬가지고 스트레스와 압박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위직으로 가는 길이 여성에게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이 멈춰버리면 미국 경제 또한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버릴 것”이라며 다양성이 조직의 성과와 창의성, 이익을 향상시킨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다 많은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 리더를 불편하게 보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리드하려 하면 ‘나댄다’며 좋지 않게 보는 문화는 직장에서 여전해 여성들은 사람들 마음에 드는 것과 존경받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CEO는 성별 다양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이 느끼는 바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CEO는 성별 다양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이 느끼는 바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직장 내 여성 2015’ 보고서 중. ⓒwomenintheworkplace.com

많은 기업이 성별 다양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점도 발견됐다. 성별 다양성을 우선시한다고 대답한 CEO는 74%에 달했지만 자신의 회사 CEO가 이를 우선시한다고 대답한 직원은 남성 49%, 여성 37%에 불과했으며, 자신의 상사에 대한 질문에는 남성 35%, 여성 31%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많은 기업이 연장휴가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 혜택을 받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남녀 직원의 90%가 연장휴가를 사용할 경우 커리어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 믿을 정도로 불안감도 강하다.

보고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통계자료뿐 아니라 직장 내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로드맵으로서 5가지의 중요한 정책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 지표들을 측정해야 하며 다음으로 양성평등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성적 편견이 없는 직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세 번째며 직장이란 어떤 곳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멘토나 스폰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성들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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