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

아이돌보미·여성혐오·성교육 표준안 등 쟁점

여가부의 ‘성소수자 배제’에 항의 시위도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권용현 차관이 12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권용현 차관이 12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대 국회 마지막인 1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선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와 성범죄자 알림e의 낮은 보급률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인 내용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여가부가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 사업인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여부를 놓고 지방노동청별로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최근 서울북부지청은 아이돌보미를 근로자로 인정해 체불 임금을 지급하도록 결론 내린 반면, 광주·대구 지방노동청은 “아이돌보미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여가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아이돌보미 사이의 종속 관계가 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는지 여부가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데, 아이돌보미들은 4대 보험과 퇴직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지역별로 구체적인 상황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휘·감독이 약해 종속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유보할 순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도 “아이돌보미는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만든 사업이다. 정부가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열악한 일자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용노동부 장관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2007년 아이돌보미 도입 당시에는 근로자성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매년 처우 개선을 하고 있는데 당장 근로자의 모든 요건을 갖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 예산과 수요자 수요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권택홍 민주노총 대구지역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선 근로자라고 하고 지방고용노동청에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 아이돌보미는 현재 개별사업자도, 특수고용노동자도 아닌 위치에 있다”며 “정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영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도 “아이돌보미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기도 쉽지 않다”며 “사업 방향과 관련해 근로자로 인정해 관리할 것인지, 개인 수탁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여가부가 가급적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보호 측면에서 보면 아이돌보미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장의 각 센터에서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근로자인지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돌보미들의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정부가 낮은 성인지적 감수성으로 인해 여성 혐오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여성 금연 캠페인에는 ‘여성은 아이를 낳기 때문에 흡연이 더 해롭다’는 입장이 담겼고, 지하철역에 붙은 몰래 카메라 방지 포스터에 써 있는 ‘치마는 가리라’는 메시지는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이 성폭력의 원인 제공자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여가부 명칭이 포스터에 포함돼 있는데 여가부는 ‘이름만 넣었다’고 답했는데, 여가부마저 성인지적 관점이 미흡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전국 초·중·고등학교 6735곳(전체 학교의 59%)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성범죄 등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학교안전망은 허술한 상황인데도 여가부의 ‘성범죄자 알림e 앱’ 보급률은 겨우 9.8%”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학교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가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겠다며 개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막고 데이트 비용의 불균형이 데이트 성폭력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기술돼 있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교육부가 2년간 6억원을 들여 성차별적인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 때 여가부가 한 일은 무엇이냐”고 질타했고, 같은 당 박혜자 의원은 “여가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만든 ‘성 인권 교과서’ 내용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에 대해 언급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진 의원의 지적에 김 장관은 “(동성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문제는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응수했다.

이날 국정감사가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복도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 방문이 있었다. 대전시의회 성평등조례에 성소수자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여성단체와의 면담을 거부한 여가부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SOGI법정책연구회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은 이날 김 장관에게 ‘성평등 바로잡기 대응 회의’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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