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자녀없는 부부, 독신모, 독신자, 입양 가족, 동성 커플, 공동체

가족 등 실제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지지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선택을 차단하고 소위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가

족으로부터 권리를 박탈하는 닫힌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

리가 높다. 21세기에 걸맞는 평등하고 다양한 ‘열린’가족을 위해서

는 무엇보다 ‘열린’법·제도가 필요하다.

‘부엌에서 탁아소까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유럽국가들은 여성

복지제도가 완벽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3명

중 1명은 미혼모에게서 출생하고 있을 정도로 결혼‘밖’의 출산은 보

편화되어 있다. 스웨덴의 미혼모들은 미혼모수당, 육아수당, 아파트보

조금 등을 지원받고 있고, 학생일 경우는 수업료 면제와 한학기에 2백

70만원 정도의 학비보조금을 받는다. 탁아시설이 잘 돼 있어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무리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덴마크는 독신모에게 모성보호법, 임신건강법, 국민건강보호법 등 모

든 복지관계법의 수혜권리가 보장되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복지혜

택이 평등하게 적용돼 출산급부, 가족수당, 가사보조서비스, 법률서비

스 상담 등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 경제적 차원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또 미혼부가 법적으로 부양 책임을 져야 하는 미혼부

책임도 제도화하고 있다.

동성간의 결혼은 89년 덴마크를 최초로 노르웨이, 헝가리, 아이슬란

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 법으로 허용하고 있고, 벨기에, 독

일, 이태리, 스페인, 미국 등의 도시와 지방정부에서는 동성 커플에 대

해 동등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결혼하지 않은 다른

성 혹은 같은 성의 부부에게 결혼한 가족과 똑같은 사회복지와 세제상

혜택을 보장한 시민연대협약(PACS)을 지난 해 의회에서 의결했다. 또

영국 대법원은 동성애자가 죽은 파트너 명의로 임대돼 있는 국가 보조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상속권을 인정했고, 유럽연합(EU) 의

회는 지난 3월 동성애 커플에게 이성애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

도록 15개 회원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근 미국 버몬트

주는 미국내에서는 최초로 동성애 커플의 법적 권리를 공식 인정했다.

외국에서도 국민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신분 기록제도를 두고 있

지만, 호주를 기준으로 가(家)별로 편제하고 아버지의 성만을 따라야

하는 우리 나라 호적제도와는 전혀 다르다.

일제시대 우리 나라에 호적제도를 이식한 일본도 현재는 헌법상 개인

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위해 민법상 가제도를 폐지하면서 일찍이 부부

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호적제도를 만들었다. 혼인한 부부는 하나의

성씨를 정해 부부와 그들과 동일한 성을 칭하는 자녀로 호적을 편제한

다. 하지만 90% 이상의 여성이 남편의 성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실질적인 여성차별 문제로 인해 이를 개선할 개인별 호적제도(1인 1호

적)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독일에서는 개인별, 사건별 편제방식에

따라 출생, 혼인, 사망의 각 사건마다 호적부를 작성하고, 프랑스도 개

인별, 사건별 편제방식에 따라 호적부를 편제한다. 미국은 철저히 사건

별 기록제도를 가지고 있어 출생, 혼인, 사망에 따라 각각 증명서를 작

성한다. 그리고 이혼은 법원에서 하고 그 기록은 법원에서 보관한다.

우리 사회도 이처럼 부부 중심의 기본가족별 호적편제를 하는 방안과

개인이 성과 본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

가 높다. 21세기에 맞는 가족법과 제도를 위해 이러한 세계적 변화와

추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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