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4.11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김종훈(사진 왼쪽)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개포역에서 출근길 시민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대 4.11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김종훈(사진 왼쪽)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개포역에서 출근길 시민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없는 공천 논의는 허구다

새누리당은 강남과 영남 지역을

우선 추천 지역으로 정하고

5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해야

새누리당이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했던 오픈프라이머리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와 합의했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제는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추천지역’을 둘러싸고 친박 대 비박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은 ‘상향식’ 공천을 규정(제99조)하면서도 제103조를 통해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남겨뒀다.

지난해 2월 25일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에서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준다’는 명제를 담아 문제의 ‘전략지역’을 ‘우선추천제도’로 바꿨다. 김무성 대표와 측근은 전략공천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우선추천지역에 대해 “특수한 경우에 한하며 여당 강세 지역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전국 어디든 예외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다시 말해 김 대표 측에 따르면, 강남과 TK는 ‘우선추천지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 공천 갈등은 당내 설치하기로 합의한 ‘공천특별기구‘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다른 친박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향후 공천 특별기구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우선추천제도의 전략공천 변용 우려를 어떻게 막느냐와 경선에서 일반 국민 참여 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과 홍문종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국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 규정을 근거로 ‘당원 50% 반영’을 주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2012년 새누리당 총선 과정을 면밀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공천 룰을 만들려면 과거 공천 방식의 정치적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공천했다. 230개 지역구 중 단수공천(130개), 전략공천(52개), 경선(48개) 등 세 가지 방식이 사용됐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단수공천을 한 62곳 중에서 26곳, 전략공천을 한 27곳 중 11곳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됐다. 다시 말해 89개 단수공천과 전략공천을 한 수도권 지역구 중 37곳(41.5%)에서만 당선됐다. 반면 영남지역에서 단수공천을 한 32곳 중에서 30곳, 전략공천을 한 18곳 중 11곳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됐다.

이런 정치적 결과가 주는 함의는 전략공천이 새누리당의 수도권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당선 가능성 높은 강남과 영남지역만이 전략공천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새누리당이 강남과 영남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하고 그중에서 5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할 것을 제안한다.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여성 지역구 30% 할당을 의무화했다. 다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정당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것이다.

여성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하는 새누리당 공천 특별기구에서는 ‘여성 우선 추천지역’을 최우선 논의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 내년 총선 공천룰을 두고 청와대와 친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고 코너에 몰린 김무성 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국민공천에 대한 지지와 함께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정도가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룩해야 할 일은 국민공천제를 관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성평등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성평등 국회 실현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해 실질적인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는 공천 논의는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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