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 지역 선주민 여성들

조직 만들어 산업화에 반대

“자연은 인간” 전통과

믿음으로 숲과 물 지켜

 

인도네시아 선주민 운동가인 데신다 드위 아스리아니(오른쪽)씨. ⓒ여성신문
인도네시아 선주민 운동가인 데신다 드위 아스리아니(오른쪽)씨. ⓒ여성신문

최근 500년 된 숲이 3일간의 평창올림픽 행사 때문에 잘려나갔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경제성도 없다는 케이블카 설치가 갑자기 결정됐다. 뒷말이 많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은 말한다. 돌은 뼈이고, 땅은 살이고, 물은 혈액이고 숲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다. 자연은 인간이다. 자연이 망가지면 인간도 훼손된다. 

저에게 운동이란 조직을 만들어 함께 움직이는 것이지요. 인도네시아 여성운동은 시대별로 다른 의제를 가지고 있었지요. 식민지를 막 벗어난 여성들은 민족의 재건, 정치에 관심을 쏟았어요. 그러나 수하르토가 군부 독재로 나라를 지배할 때 모든 인권운동은 철저하게 봉쇄되었어요. 여성운동도 불가능했지요.

1998년 수하르토 몰락 이후 개혁정권시대에 이르자 정부는 경제 개방 정책을 세웠어요. 자본을 가지고 있는 외국 사업가들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지요. 아세안 지역의 메콩강 프로젝트를 하는 국가들이 공통으로 마주친 문제였어요. 그들은 경제개발을 한다고 여기저기 광산 개발을 시작했어요. 이런 개발은 지역사람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정부와 사업가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했지요. 현재 자원통치(resources governance)는 아세안 지역에서 중요한 의제입니다.

정부와 외국 자본 사업가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잘살게 될 거라고 경제 논리로 설득했지요.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식량을 내주던 숲이 사라져 가고 밤낮으로 먹을 물과 휴식을 주었던 강물이 썩어갔지요. 몰로지역의 선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농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여성들이 주도해왔어요. 남성들은 땅을 준비하고 여성들을 도왔지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남자들을 불러내 이야기하고 여성들은 배제시켰어요. 산업화에는 젠더 관점이 없지요. 선주민 여성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조직을 만들어서 광산 개발과 산업화에 반대하거나 협상을 했지요. 자신들을 배제시킨 사업은 불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데신다 드위 아스리아니 인도네시아 가드자마다대 강사.
데신다 드위 아스리아니 인도네시아 가드자마다대 강사.
여성들은 선주민들의 지혜를 발굴해서 산업화의 경제논리에 대항하기 시작했지요. 마마 알레타(Aleta)와 같은 분은 선주민이 자연을 존중하고 평등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자연은 인간이다. 돌은 뼈이고, 땅은 살이고, 물은 혈액이고 숲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다.’ 그들에게 자연은 존중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쌀로미(one hole for all) 농법을 쓰지요. 땅을 파고 구멍에 여러 가지 씨앗을 한꺼번에 넣고 기다려 자연이 내주는 것을 먹지요. 옥수수가 나오면 옥수수를 먹고 설금(작은 토종쌀)이 나오면 그것을 먹지요. 가물어도 비가 많이 와도 자연은 무엇이든 인간에게 내어줍니다. 다양한 곡식의 다양한 특성 때문이지요.

수하르토는 녹색혁명을 통해 모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쌀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했어요. 농경지도 쌀농사로 바꾸었지요. 원래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식량은 다양했어요. 카사바, 옥수수, 바나나, 고구마 등. 그런데 정부가 사람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를 전략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해 버린 것이지요. 획일화된 산업화 농업이 진행된 이후에 농경지는 쌀농사에 맞게 바뀌어 갔어요. 식물의 다양성이 사라졌고 매해 씨앗을 사야 해서 농부들은 고통을 받았어요. 자연재해가 나타나면 한꺼번에 농사를 망쳐버리게 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이전에 없던 가뭄도 더 자주 생겨났지요.

몰로(Mollo) 사람들은 ‘사람이 만들 수 없는 것은 팔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요. 땅, 물, 숲 등은 인간이 함부로 팔고 살 수 없지요. 그들에게 자연은 어머니이고 존중해야 할 소중한 존재지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고, 편하게 살수 있다고 설득해도 이러한 전통과 믿음으로 숲과 물을 지켰지요. 산업화가 마을을 침해하는 것을 막고 있지요. 원주민 운동가인 마마 알레타는 ‘평등은 여성들의 생각이다’라고 말합니다. 자연과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살아온 원주민 여성들의 지혜와 철학이지요. 

이 글은 지난 7월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제8기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참가한 여성운동가를 인터뷰한 후 구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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