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론서 청중과 질의 응답

“한·일 여성 기업인 협력 통해

양국 사회 바꿔나가고 싶다”

 

박찬재 임광아이앤씨 대표,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신시아 엠리치 캐탈리스트 부회장, 수가하라 토모미 일본 에메랄드클럽 대표(왼쪽부터)가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찬재 임광아이앤씨 대표,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신시아 엠리치 캐탈리스트 부회장, 수가하라 토모미 일본 에메랄드클럽 대표(왼쪽부터)가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업 고위직은 양성평등에 적극적이고, 말단 평사원도 승진 기회를 원하기 때문에 양성평등에 크게 공감합니다. 문제는 중간관리자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패스가 망가질까봐 걱정하죠. 양성평등이 이뤄지면 자리가 줄어들까봐 우려합니다. 최고경영자가 양성평등은 여성이 이기고, 남성이 지는 게임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야 합니다.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걸 직원들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신시아 엠리치 캐탈리스트 부회장은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아태 W 위기경영포럼 종합토론에서 이같이 말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엠리치 부회장은 “기업의 고위 리더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양성평등은 여성만으로는 안 된다. 남성들도 해내야 할 몫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태 W 위기경영포럼 종합토론은 강연만큼이나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400여 명의 청중은 포럼이 시작되고 4시간을 넘겼지만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기업과 정부기관 등의 경영전략 담당자와 여성계 인사들은 전문가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를 본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토론 도중 수가하라 토모미 일본 에메랄드클럽 대표에게 “한·일 양국은 경제력에 비해 여성 사회진출이 낙후된 나라”라며 “양국이 힘을 합치면 그 힘은 2배, 3배, 10배가 넘을 것”이라며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조 교수가 한국여성재단 등 여성 관련 재단과 협력해 여성 기업인들의 영향력을 높일 계획은 없는지 묻자 수가하라 대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거리도 가까워 협력하기 쉬운 국가”라며 “여성들이 힘을 합쳐 양국 사회를 바꿔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두 기업인도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현장 이야기를 들려줘 청중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이 “현금 흐름이 좋아야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다”며 후배 기업인들에게 당부하자 조 교수 역시 “현금 관리는 기업 규모를 떠나 위기경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박찬재 임광아이앤씨 대표는 나눔재단 설립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표는 “10년째 꾸준히 봉사를 하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더라”며 “열심히 사업해서 번 돈을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을 후원하는 데 쓰고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패널 토론이 끝나자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은 “기업은 무엇보다 CEO가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여성 임원 30%를 이룰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노력과 함께 위로부터의 노력을 간과할 수 없더라”며 “여성 기업인들이 여성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한 회장은 “지난해 효림그룹 공채에 여성인력이 많이 지원했다”며 “특히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중간관리자 리더십 프로그램에 꼭 보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여성들은 섬세함, 현실 직시 능력, 통찰력 등을 갖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건설업체라 남성 직원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이끌고 있다. 후배들에게 다 사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여성 인재를 육성해 리더로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가하라 대표는 “여성 관리자 중에서 특히 중간관리자 교육이 중요하다”며 “여성들에게 책임 있는 업무를 맡기면 ‘힘이 부친다’며 승진을 사절할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우선 당신이 계속 일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의 직급이 더 높아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급여가 올라가지 않는데 동기부여가 되겠느냐, 결재권을 갖고 일하면 업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으면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에 관심이 높은 한 기업체 직원은 한 회장에게 어떻게 이 분야 사업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 회장은 “전공이 문헌정보학이라 자동차 부품업을 인수한 뒤 용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공장의 모든 설비와 부품을 그림으로 그린 후 공부하고, 6개월간 고객이나 직원과 대화할 때 모든 대화를 기록했다. 사무실에서 용어집을 펼쳐놓고 용어 하나하나 공부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조 교수는 전문경영자와 소유경영자 관계를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이를 여성성, 남성성과 연결해도 재밌는 이슈가 된다”며 “요즘은 소유경영자의 리더십과 전문경영자의 리더십이 차이 날 때 서로를 보완하는 듀얼 리더십이 조명받고 있다. 멀티태스크가 돼야 하는 소유경영자는 여성 DNA를 가진 분이 많고, 전문경영자는 남성 DNA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 교수는 “오늘 남성 참가자가 20%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내년에는 임계점인 ‘30% 룰’을 적용해 남성과 여성 참가자가 30 대 70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해 청중 사이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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