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이정숙 신임 총장

개교 이래 첫 여성 총장… “성경에 충실한 실천적 교육과정 강화”

모든 과정 영어로 교육하는 전문 신학대학원

98년 개교해 1200명 배출… 올해 21개국 420명 입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이정숙 총장은 외유내강형 리더다. 그는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신학 교육을 지향하면서 한국 교회를 섬기는 사명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이정숙 총장은 외유내강형 리더다. 그는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신학 교육을 지향하면서 한국 교회를 섬기는 사명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외국인과 한인 디아스포라, 다문화 가족과 탈북자 가족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더 연대하고 연합할 것입니다. 또 세계 선교의 땅끝인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 한국도 준비해야죠.”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이하 횃불트리니티) 이정숙(56) 신임 총장의 포부다. 개교 이래 첫 여성 총장인 그는 최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장이 영광스러운 자리 같지만 사실은 맡고 싶지 않았다”며 가볍게 웃었다. 이런 마음을 품은 것은 김상복 총장, 케네스 마이어 총장, 고 하용조 총장 등 거장들이 남긴 숙제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교학처장, 학사부총장을 지내 학교 행정 전반을 꿰뚫고 있지만 책임감이 막중해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를 붙든 것은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약성서 여호수아서 1장 7∼9절의 말씀이었다. 

한국교회사학회 첫 여성 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 세계칼빈학회 세계중앙위원, 아시아신학연맹 이사, 복음주의신학교육국제협의회 산하 박사과정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있다.

그는 “21세기 세계 신학교육은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며 “2010년 작성된 세계기독교지도를 보면 비서구권에서 기독교가 활발한 반면 서구권의 기독교는 현저하게 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서구에서 발전된 신학교육을 비서구권 상황에서 어떻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횃불트리니티는 1998년 모든 과정을 영어로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신학대학원으로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1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05년 한국어 과정도 신설했다. 올해는 세계 21개국 420명이 입학했다.

졸업생들은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협의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세계 각지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50대에 정년퇴직을 한 후 목회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도 있다. 의사, 대학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도 꽤 된다. 문봉주 전 대사, 이장수 영화감독이 대표적이다. 

이 총장은 개교 20주년을 앞두고 횃불트리니티의 신학교육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신학 교육을 지향하면서 한국 교회를 섬기는 사명도 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성경에 충실하게 가르치면서도 한국과 비서구권에서 잘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교육과정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 개정위원회도 만들 구상이다.

횃불트리니티는 엄격한 기준 아래 외국인 장학생을 선발해 학비와 기숙사비도 지원해 준다. ‘엔젤 프로젝트’를 통해 졸업생들의 사역 현장을 돕고 있다. 네팔 대지진 때도 엔젤 프로젝트를 투입해 어린이‧여성‧청소년 분야에서 현지 동문을 도울 수 있었다.

그는 소통을 잘하는 리더다. 교수 시절엔 이메일을 열심히 보내서 외국 신학교와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교직원과 학생, 동문에게 학교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한국기독교신학대학원협의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조직신학자이면서 장로교 목사인 남편과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다. 한국 교회의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해왔다.

“제가 장로교라 여성 목사를 한 명도 못 보다가 미국으로 유학 가서야 처음 만났어요. 지금까지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을 비롯해 안수 못 받는 교단이 많아요. 여학생들이 자기가 다니던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못 받고 독립 교회에 가거나 다른 교단에서 안수를 받기도 해요.”

그는 “여성이 목사안수를 받는 예장통합에서도 전체 1500명 총대 중 여성은 1%에 불과하다”며 “여성 할당제를 적용해 여성 총대 비율을 3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교회에서 평신도와 목회자를 합쳐 70%가 여성인데 1% 총대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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