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절감과 사립유치원 불만 등 이유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정원 반토막

 

교육부가 지난 9월 16일 ‘유아교육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고, 공립유치원 유아 수용 기준을 대폭 축소하자 세종시 등 도시개발지역 학부모들과 국공립 유치원 교원들은 “공교육화 추세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 제3호에는 ‘도시개발사업,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구가 유입되어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경우에는 신설되는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의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공립유치원의 설립 계획을 유아수용 계획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이 중 ‘4분의 1 이상’을 ‘8분의 1 이상’으로 개정했다.

초등학교 평균 학급 수인 36학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분의 1인 경우 8~9개 학급의 단설유치원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8분의 1인 경우 2~3학급으로 대폭 축소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2~3개 학급으로는 설립 자체가 어렵다”며 “공립 단설유치원은 부지와 건물 등 기본적으로 투입해야 할 물적·인적 자원이 있다. 예산 투여 대비 교육 효과성을 따지면 5개 학급 이상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은영(36)씨는 “화가 난다”며 “지금까지 법률에 맞춰서 잘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법적인 근거나 교육적인 대안 없이 갑자기 바꿔버렸다”고 분개했다. 김씨는 “공립유치원은 6만원 정도 지원받으면 추가 비용이 거의 없지만,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22만원을 지원받아도 한 달에 많게는 40만~5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공교육에서 더 많이 흡수해야 하지 않나. 사립에 돈 벌게 해주겠다는 거밖에 더 되느냐”고 반문했다.

공립 단설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는 달리 시설·설비도 유아에게 맞게 갖춰져 있어 학부모의 만족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설립 비율은 공립유치원 4673개 중 5.8%인 271개에 불과하며, 전체 유치원 8926개 중에는 3.0%에 불과하다.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취원율은 11.5%에 그칠 정도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공립 유치원 수용률은 68.6%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7%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공립 단설유치원이 병설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증했고, ‘수요 예측을 통한 예산 절감’이라는 감사원 지적을 이유로 들고 있다. 김동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지 이해득실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선 안 된다”며 “국민적 요구와 교육적 효과가 명백한 상황에서 이를 무시한 채 예산 절감과 사립 유치원의 불만 등을 이유로 공립 단설유치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질 좋은 교육에 대한 책임을 국가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인 한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교육부는 지난 2013년 2월 22일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규모 병설유치원의 통합 등을 통해 단설유치원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은 아예 단설유치원 전환 계획을 백지화하고 있다. 정부가 세운 계획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공교육화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어 “이제 학부모들에게 아이 낳으라는 소리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사교육까지 더하면 허리가 휜다. 그걸 막겠다고 교육부가 유아교육발전 계획안을 발표해 놓고 2년도 채 안 되어 뒤집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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