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토크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네 번째 시즌 마지막 공연이 지난 18일 부산 경성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개그우먼 홍현희씨와 신수원 영화감독.
멘토링 토크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네 번째 시즌 마지막 공연이 지난 18일 부산 경성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개그우먼 홍현희씨와 신수원 영화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멘토링 토크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시즌4 부산 공연

영화감독 신수원·개그우먼 홍현희 멘토로 나서

여성 문화인들의 멘토링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네 번째 시즌 마지막 무대가 9월 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영화감독 신수원(49)씨와 제주 공연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무대에 오른 개그우먼 홍현희(33)씨가 멘토로 나섰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옆에 둔 공연장에는 한여름 물놀이를 위해 바다를 찾은 듯 들뜬 모습의 관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이번 관객들은 지난 9월 11일 서울 공연 관객보다 연령대가 더 다양했다. 연기를 꿈꾸는 청소년과 20대 취업준비생,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50대 여성도 멘토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화감독 신수원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감독 신수원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0대 중반에 사표를 쓰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요. 옆에서 보고 있던 직원이 ‘대신 써드릴까요?’라고 물을 정도였죠. 그러고 나서는 이제 뒤돌아보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신수원 감독은 영화 제작에 뛰어들기 위해 사표를 썼던 날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사회교사로 지냈다. 그런데 창작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어느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원 시나리오 전문사 과정 공모를 하더라. 처음엔 쉬면서 소설을 쓰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직을 떠나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한 신 감독은 2010년 영화 ‘레인보우’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 선보인 영화 ‘마돈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마돈나’는 2015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학교를 그만두면서 ‘이제 뒤돌아보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신 감독 역시 처음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오히려 영화를 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재능이 없는 것 같았고 내 작품을 보여주는 게 창피했다”며 “어느 날 한 스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힘들 때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라고 하시더라. 실제로 매일 자기 전에 오늘 잘한 일을 스스로 칭찬했다. 정말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개그우먼 홍현희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개그우먼 홍현희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개그우먼 홍현희씨도 ‘사표’와 인연이 깊다. 홍씨는 외국계 제약회사를 다니던 중 SBS 개그맨 공채시험에 한번에 합격했다. 그는 “개그의 ‘개’자도 모르는 당시였지만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면접관들이 웃었다”며 “한번에 합격한 만큼 금방 스타가 될 줄 알았지만 방송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어머니까지 반대가 심해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홍씨는 “결국 개그를 그만두고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다시 들어갔다. 축하해주던 동료들은 숙덕거리고 계약직의 설움도 그때 알았다. 또 사표를 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두 멘토의 우여곡절을 듣던 관객들은 이제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계속 연기자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혼란스럽다’는 예고 입시를 준비하는 남학생(16)에게 홍씨는 “중3이 뭘 해야겠다고 정하는 것은 옥살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재능도 알게 되고 생각과 가치관도 변한다”며 “또 꿈에 대한 회의가 들 때는 꿈을 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히려 떨어져 있을 때 내가 얼마나 갈망하는지 알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홍씨는 또 웃음지도사가 되기 위해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라는 50대 여성에게 “제 다음 목표도 개그를 바탕으로 강연을 하는 것이다. 아마 10년 후 강사로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한 발 나아간 듯하다”며 “개그 역시 두 번째 도전이었기 때문에 주저함이 없었다. 어머니 역시 지금까지 많은 도전을 해보셨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그냥 도전하시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신수원 감독도 연기지망생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그는 “요즘은 많은 지망생이 내면연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내면보다는 외면을 더 가꾸려고 한다”며 “연기는 타인의 삶을 모방하는 것이다.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녀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일할 때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작은 비중이라도 밤을 새우며 연구하고 귀찮을 정도로 질문하는 배우들이 있다”며 “재능이 없으면 배우를 할 수 없지만 노력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신나는 언니들 부산 강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신나는 언니들' 부산 강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토크 콘서트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가수들의 무대로 열기를 더했다. 1부 시작 전 우정 출연으로 무대에 오른 래퍼 ‘고온(GoOn)’과 2부 마지막 순서로 나선 ‘쓰리쌈’은 부산에서 유명한 뮤지션들이다. 사회를 맡은 경성대 출신 개그맨 허동환씨는 공연 내내 250여 명의 관객과 소통하면서 보조 멘토 역할도 했다.

부산 공연을 끝으로 네 번째 시즌 막을 내린 신나는 언니들은 토크 콘서트와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선정,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멘토링북 『신나는 언니들』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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