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 18일 개최

체육계 경력단절여성 연간 2,300여 명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넘어 일·가정 양립방안 마련해야

경기도 부천시에서 12년째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신명희 관장은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출산 한 달 만에 아기를 데리고 도장에 복귀해 수업 중간중간 젖을 먹여 키웠다는 그는 “애를 맡길 곳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8개월 된 아이랑 같이 지방 대회 출장을 갔는데, 대회장 어디에도 모유 수유 시설이 없어서 캄캄한 구석에서 겨우 수유를 했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는 “‘체육인’의 범주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회 여성 스포츠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허현미 교수(사회자), 현대인재개발원 HRD연구개발실장 박신윤, 덕성여대 남윤신교수,대한체조협회 정인화 심판, 고려태권도 관장 신명희, 대한핸드볼협회 오성옥 위원,국민생활체육회 김연수 차장 ⓒ체육인재육성재단 제공
18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회 여성 스포츠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허현미 교수(사회자), 현대인재개발원 HRD연구개발실장 박신윤, 덕성여대 남윤신교수,대한체조협회 정인화 심판, 고려태권도 관장 신명희, 대한핸드볼협회 오성옥 위원,국민생활체육회 김연수 차장 ⓒ체육인재육성재단 제공

여성 체육인의 경력단절 실태를 살피고 그 예방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3회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인재연구센터장,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박신윤 현대인재개발원 HRD연구개발실장 등이 여성 체육인의 경력단절·재취업 실태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발표했다. 

2012년 체육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남윤신 외)에 따르면, 연간 2,300여 명에 달하는 여성 체육인이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 특히 선수 출신은 90.3%, 체육전공자는 63.7%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력단절 이유로는 임신과 출산(33.3%), 결혼(27.5%), 자녀양육(24.2%), 가족 돌봄(9.2%) 등이 꼽혔다. 오 센터장은 “한국 사회가 제공하는 육아·가정 돌봄서비스 이용시스템이 허술해서 여성이 노동을 떠맡는 현실”이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체육계 경력단절여성의 62.5%가 3년 이내에 재취업을 희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1~2013년 3년간 문화체육계의 여성고용비중은 0.5%에 불과했다. 2017~2020년 전망치도 0.6%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체육계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재취업 지원제도가 미비하고, 기존 지원제도의 홍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마련된 전국 147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중 여성 체육인 대상 프로그램은 단 하나뿐이다. 

관련 정책 연구·실태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라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관련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체육계에서는 단 한 번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체육계 일·가정 양립방안으로는 △체육계 여성 일자리 확대 △유연 근무제·육아 휴직제 확대 △체육계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비 지원 등이 발표됐다

아울러 체육계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방안으로는 ▲체육계 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전국 17개 시도에 최소 1개씩 설립 ▲ 체육계 경력단절여성이 자녀·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가스포츠 모델 운영 ▲체육계 경력단절여성 대상 인턴제 활성화 등이 제안됐다.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한국 스포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린 그 많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유명한 선수들도 결혼·은퇴 후에는 그저 ‘운동했던 아줌마’가 되고 만다. 성 불평등은 물론 심각한 인적 자원 낭비”라며 “이제 체육계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일·가정 양립 정책과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센터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은 가정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얽혀 발생하므로, 이를 고려해 여러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간 원활한 소통이 요구된다. 혹은 통합 정책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측인 송강영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유능한 여성 스포츠 리더들이 출산·육아 중에도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성 스포츠 인재의 경력 개발과 역량 강화를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3회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이사장 송강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2013년부터 주최한 행사다. 올해는 한국여성스포츠회, 100인의 여성체육인회, 한국여성체육학회 등 여성 체육계 인사 11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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