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숙렬/문화일보 국제부 차장

미국에서 매년 4월의 마지막 목요일은 ‘딸들을 엄마 일터에 데리고

가는 날’이다. 딸들의 자존심을 살리고 격려하기 위해 여성운동가 글

로리아 스타이넘과 미즈재단 발의로 7년 전 처음 만들어진 이 행사는

그후 미 전역으로 퍼져나가 많은 직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UN도 이

행사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매년 이날 UN주재 외교관 엄

마들을 대상으로 딸들을 직장에 데리고 오게 하는 UN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7일 미국 뉴욕에 자리

한 UN본부에서는 UN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들을 비롯한 많은 엄마들

이 딸들을 데리고 출근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이

자리에 참석한 소녀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건강한 반란’ 정신을 가질 것을 촉

구했다

미국 최초의 페미니즘잡지 '미즈'를 창간하기도 한 스타이넘은 “여

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꿈을 지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하며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물들기 시작하

는 10대 이후의 소녀들보다 8, 9, 10세 등 10대 이전의 어린 소녀들에

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실행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

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행사에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선 사령관이 된 에일린 콜린스

소령과 호주의 페니 웬슬리 UN대사 등 여성 외교관들이 참석, 주목을

끌었다. 특히 UN에서 가장 막강한 남성위원회로 정평이 난 ‘예산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호주 웬슬리 대사는 이날 소녀들에게 ‘외교관의 길’

에 대해서 강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웬슬리 대사는 “사람들은 내가 여성들이 많은 ‘사회복지 위원회’

가 아니라 UN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이 있으며 남성위원들로 이루어

진 예산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말을 듣고는 누구나 깜짝 놀란다”고 전

하고 “그러나 남성영역과 여성영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

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웬슬리 대사는 자신이 12

세 소녀시절부터 외교관의 꿈을 키워왔다고 고백하며 그러나 지금도

UN에 자신을 포함하여 11명의 여성대사밖에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여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

다.

70년대 초부터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홍콩, 멕시코, 뉴질랜드 대사를

역임하는 등 외교관으로 활약한 웬슬리 대사는 자신이 한 국가를 대표

해 부임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교관들이 다니는 주요외교클럽 등에 여자

라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당한 일이 있었다고 밝히고 이는 명백한 차별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항의하기 위해 대사인 자신의 출입을 금지

시킨 클럽에는 호주 대사관 전직원의 출입을 금지시킴으로써 시정을

요구했다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딸들을 엄마 일터에 데리고 가는 날’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떨까? 직장 탁아소의 설립이나 직장생활과 육아의 양립

자체가 훨씬 어려운 실정에 있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먼나라 팔자좋은

여자들의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들의 사회활동조차 아직도 너무나 많은 난관을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벌써 딸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눈을 돌리고 또 그에 적

극적으로 호응하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