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성평등한 사회에

살아가길 희망하는 마음 담아

히포시 캠페인 기꺼이 참여

 

처음 여성신문사에서 ‘히포시(HeForShe)’ 캠페인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성별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헌법상의 평등 원칙이 당연한데 굳이 캠페인까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적어도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평등 원칙이 지켜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금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처한 상황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폭력을 생각해 볼 때 캠페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오히려 이 캠페인이 남성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여성 불평등 해소라는 목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다. 가부장적이며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지역 정서 탓인지,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에 대한 강한 인식 탓인지 성장하면서 집안일과 약간의 심부름은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한다는 편견을 뿌리 깊게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편견이 깨졌다. 대학 행사를 마치고 학과 동기들과 커피숍을 갔는데 커피는 ‘셀프 서비스’였다. 나는 별생각 없이 같이 간 동기 여학생에게 커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커피를 가져오기에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유가 컸지만 ‘약간의 심부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편견도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동기 여학생이 거절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심부름을 시킨다’고 핀잔을 줬다.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서로 부딪친 셈인데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당시 나는 동기 여학생이 과민 반응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건으로 나는 여성에 대한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이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행위와 말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고 무심히 받아들여졌던 아들과 딸에 대한 역할 분담이나 사회적 인식의 차이에 대해 되짚고 편견을 넘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내 두 딸과 아들이,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성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캠페인에 참여했다.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나 폭력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히포시 캠페인’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사회운동인 이 캠페인에 많은 남성이 동참해 스스로가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히포시’ 캠페인이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성평등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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