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네 집』 / 장차현실 글·그림 / 보리
『또리네 집』 / 장차현실 글·그림 / 보리

장차현실 새 만화 『또리네 집』

‘나 땜에 너 땜에 사는’ 장애 가족의 일상

장차현실의 새 만화 『또리네 집』(보리) 첫 권이 나왔다. 장애를 보는 사회적 시선, 아이들 교육 문제, 일하는 여성의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만화도 좋지만 글은 더 좋다. 따뜻한 기운이 페이지마다 어려 있다. ‘나 땜에 너 땜에 산다’는 책의 부제대로 별난 가족의 모습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또리네 집은 가족의 전형성에선 벗어나 있다. 큰딸은 다운증후군 장애인이고 재혼한 8세 연하 남편은 가장인 만화가 아내 대신 아침밥을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늦둥이 막내아들도 있다. 그래서 불행하다고? 장애 가정은 고단하고 불행한 일 투성이라는 편견은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사라진다. 또리네 식구들은 자기의 욕망을 마음껏 뿜어내고, 격렬하게 부딪친다. 서로의 개성과 고유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힘든 일이 없지는 않다. 장차현실은 “장애를 안고 태어난 큰딸 은혜가 자랐을 때쯤은 복지가 좋아지겠거니 했다. 그런데 복지가 발전하기 전에 아이가 먼저 자랐다”며 씁쓸해했다. 사랑을 받고 자란 은혜가 변변한 친구 한 명 없이 지루하게 살고 있다며 지적장애 성인 여성의 외로운 20대를 토로한다. 독자들도 책을 읽는 동안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늘 밝고 씩씩하게 사는 것 같던 장차현실의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이 가슴을 파고들어서다.

20년 뒤 엄마 곁에서 함께 늙어가는 딸을 그린 만화는 찡하게 마음을 울린다. “은혜가 주는 사랑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고, 식구들과 행복을 나누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장차현실은 “세상에 불필요하게 태어난 생명은 없다. 누구나 원하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그것을 배려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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