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반대 극복 영화 선택

인문학, 사회 폭넓게 파고들어

“다방면 공부해 자질 키워”

 

정주리 영화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주리 영화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도희야’로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과 제2회 들꽃영화상 시나리오상 등을 휩쓸며 영화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정주리(35·사진) 영화감독이 ‘신나는 언니들’ 멘토로 나섰다. 정 감독은 “말주변이 없어서 너무 떨린다”면서도 관객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멘토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 감독은 부모님의 반대로 영화인의 길을 접었다는 한 멘티에게 “저희 엄마도 설마 하셨던 것 같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엄마가 ‘하나 했으니 관두라’고 하시기에 ‘엄마, 나 이제 인터넷에 이름 치면 나오고, 영화 제목도 나와’ 했더니 ‘정주리는 개그맨밖에 없고, 도희는 무슨 탤런트밖에 없던데’ 하시더라”고 말해 관객을 폭소케 했다.

정 감독은 “대학 4년 졸업한다고 감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게임 등 멀티미디어 전반을 공부하면서 영화를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20대 중반까지 철학, 인문학, 사회 등을 폭넓게 파고들었다.

“영화를 만들려면 내실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것, 배울 것, 생각할 것, 경험할 것들이 많더라. 초조해하지 말고 조금 더 진지하게 내가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면 그 길에 가 있을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한 관객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감독은 “2010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더 나이 먹기 전에 스태프 일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면접을 봤다”며 “그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는 ‘여자이고, 나이가 많아서 연출부 막내로 쓰기 어렵다’는 거였다. 운전도 못 하니 매번 거절당했다. ‘내가 스태프로도 쓸모가 없구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영화 일을 하려면 시나리오를 써서 내 영화를 만드는 일밖에 다른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무도 투자하지 않아 제작비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창동 감독이라는 훌륭한 제작자를 만났고, 노개런티로 연기해준 배두나가 있었다”고 영화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 관객은 “내가 이걸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회의감이 든다”며 “이런 회의감이 들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정 감독은 직접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해, 관계, 소통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정작 나 자신은 힘들고, 뭔가 안 통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모순이었다. 너무나 극심해졌을 때 배우들에게 솔직히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시간이 지나가고 한 편을 완성하고 돌이켜보니 내가 느꼈던 절망과 회의감은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이었고, 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구성원 중 한 사람이고 나처럼 뒤에 일할 친구들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