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 누군가는 타인을 돌봐주기 때문에 이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돌봄 노동은 가족 내에서 여성에 의해 무급으로 수행되어 왔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사회적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돌봄에 대한 요구를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우리보다 빠른 1970년대부터 돌봄 문제가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로 인해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를 통해 돌봄 서비스가 제공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돌봄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법(2007년),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2011년), 아이돌봄 지원법(2012년) 등이 제정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제도화되었다.

 

한편으로 돌봄서비스는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 논의된다. 돌봄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사회서비스 산업은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인식하에 2012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돌봄서비스 노동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돌봄 서비스 분야가 사회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돌봄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분야라고 보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수행되는가에 따라 ‘집안일’이 되기도 하고, 일자리가 되기도 한다. 돌봄 노동과 관련한 직종은 서비스 대상(아동, 노인, 장애인 등), 서비스 제공 장소(재가, 시설) 등에 따라 다양하다. 공통적인 사실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에 의해 돌봄 서비스의 질이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점이다. 돌봄 노동자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면 돌봄 서비스의 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돌봄 일자리와 관련해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일자리의 양은 증가했지만, 일자리의 질은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돌봄 일자리는 중장년여성의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의 특성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전형적인 일자리와 달리 타인의 거주 공간을 이동하며 일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2시간 일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이동하기도 한다. 2시간 일을 마치고 다른 가구로 이동하는 사이에 버려지는 시간들도 있다. 일하는 시간은 좋게 말하면 유연하고, 나쁘게 말하면 불규칙하다. 월평균 소득은 대부분 50~100만원 사이다. 소득을 높이기 위해 더 일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간, 장소 등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원래 약속한 일 외에 다른 일을 요구받기도 한다.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일의 성격상 매뉴얼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타인의 공간에서 얼굴 마주보고 하는 일이라 거절하기도 힘들다. 그로 인해 서로 ‘불편해지면’ 일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호칭은 선생님에서 이모(님), 아줌마까지 다양하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다.

점차 고령화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노동이다. 존중받아 마땅하다. 돌봄 서비스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는 많은 경우 임금문제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임금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데 돌봄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서는 단순히 임금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들어서 숫자를 채운다는 목표에서 벗어나 타인을 돌보는 일은 존중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돌아보자. 자연스럽게 돌봄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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