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지금까지 없던 세상』

전직 언론인이 쓴 ‘미래 분석’

인문학 시야 가진 경제전문가

미래는 ‘보는 것’ 아니라 ‘만드는 것’

 

『지금까지 없던 세상』/ 이민주 / 쌤앤파커스
『지금까지 없던 세상』/ 이민주 / 쌤앤파커스

미래 분석? 묘하게 눈에 거슬렸다. 익숙한 듯 느껴지지만, 처음 보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역시 사전적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예상이나 예측의 대상은 될지언정 아직 오지도 않은 세계가 어떻게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신작 경제서 『지금까지 없던 세상』 띠지에 쓰인 카피에는 버젓이 이런 문장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 분석 권위자, 버핏연구소 이민주 소장이 제시하는 ‘미래의 업’과 ‘부의 전략’” 거슬림으로 눈길을 붙잡는 ‘미래 분석’이란 희한한 단어. 순간 머릿속에서 몇 권의 책이 휙휙 지나간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미래는 없다』와 『트렌드 코리아 2015: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은 연초 베스트셀러 목록의 최상위권을 장식했던 미래 전망서다. 이 두 책들의 제목과 부제 등에 쓰인 ‘미래’ ‘예측’ ‘트렌드 분석’….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처음엔 ‘미래 분석’이라는 신조어가 별 의미 없는 홍보용 단어 조합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원래 기자였다. 일간지 문화부 출판담당 기자. 하루에도 100권이 넘게 배달되는 신간들을 쌓아 놓고 읽는 것이 그의 직업이었던 셈이다. 독서는 확실히 세상을 읽는 감각을 굉장히 섬세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때 그 방대한 독서를 통해 그는 세계의 변화를 먼저 감지한 것이 아닐까 싶다. 2000년대 이후 언론산업의 급격한 구조적 변화나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대해서 말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신문사에 휴직을 하고 MBA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말은 쉽지만, 월급쟁이 중년이 처자식 달고 떠나는 유학이라니, 이게 어디 보통 결심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그는 그렇게 용감하게 자신만의 인생 2막을 준비했다. 그가 간 학교는 퍼듀대인데, 거기서 워런 버핏의 제자가 된다. MBA를 끝내고 귀국 후 복직했지만 그렇게 몇 년간 더 준비한 후 그는 자신의 연구소를 차린다.

그의 이런 이력을 보며 ‘미래 분석’이라는 말이 조금씩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가치투자’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면밀하게 살핀 후 투자하는 장기투자 전략이다. ‘초단타매매’나 ‘선물투자’ 같은 것이 감각에 의존하는 일종의 투기라면, 이에 반해 가치투자는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가치투자 전문가라면, ‘세상의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의 미래 정도는 분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연구소에서 수많은 한국의 기업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수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전직은 저널리스트였고, 수많은 독서로 인문학적 지평을 넓혀온 지성인이다. 그는 분명 자신이 집적한 결과들을 놓고 인문학적 차원의 직관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가 ‘미래’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는 인문학적 시야를 가진 경제전문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구체화된 미래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엄선한 ‘대한민국 6대 파워 섹터’는 무척 흥미롭다. 빈부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금융 섹터’, 친환경·친감성 혁신에 여전히 빈틈이 많은 ‘자동차 섹터’, 고령화 시대임에도 후진적인 ‘의료 및 제약 섹터’ 등이 세세한 분석과 함께 전망 있는 미래 산업으로 제시된다. 이런 섹터들은 꼼꼼히 준비만 한다면 누구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세상』은 구체적인 미래 분석과 함께, 과감한 도전으로 ‘지금까지 없던’ 인생 2막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의 활기와 내공까지 잘 결합된 책이다. 미래는 남의 집 담 넘어 엿보기가 아니다. 내가 직접 만들고 있는데 엿볼 필요가 있을까? 미래는 ‘보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예측과 배움의 지난한 과정을 지났으니, 이제 자신만의 가치를 생산하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생 2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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