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가격 꾸준히 올라...1년만에 최고 42.4% ↑

부가세 면세로 인한 가격할인효과 체감 어려워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여성 소비자가 생리대를 고르고 있다. ⓒ이세아 기자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여성 소비자가 생리대를 고르고 있다. ⓒ이세아 기자

퇴근 후 대형마트에 들린 이수연씨(35)는 생리대 코너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생리대 가격은 꾸준히 오른 것 같아요. 살 때마다 비싸게 느껴져요.” 저렴한 제품을 찾으려 매대를 뒤적이는 이씨 옆에서 고등학생 김모양(18)도 생리대를 골랐다. 김양의 장바구니에는 대형·오버나이트 생리대 36개입이 1팩씩 담겼다. 그는 “생리 양이 많아 매달 생리대만 4만원어치를 산다”며 “노력해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필수품 생리대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여성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129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생리대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42.4%까지 오르는 등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대표 생리대 브랜드 3개사의 (36개입 중형 기준) 생리대 가격은 평균 6000~9000원 선이다. 유기농이나 한방·생약 성분이 든 기능성 생리대 중에는 1만원을 넘는 고가 제품도 있다.

생필품 가격정보 종합포털인 ‘참가격(www.price.go.kr)’에 따르면 현재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NEW시크릿홀 울트라 날개 중형(36개입)’은 평균 가격 9,361원으로, 전년 동월 평균가격(6,574원)보다 42.4% 올랐다. LG 생활건강 ‘바디피트 볼록맞춤울트라 중형(32개입)’의 평균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12.8% 상승했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스키니핏 하이퍼 울트라 날개 중형 18개입’은 5,917원에서 6,063으로 2.5% 올랐고, P&G의 ‘위스퍼 리프레시 클린케어 중형날개(36개입)’은 8,717원에서 8,925원으로 2.4% 증가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의 노력으로 2004년부터 생리대 부가세 10%는 면제됐다. 그러나 여경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부가세 면세로 인한 가격할인효과는 5%가량에 불과한데,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가 면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지민씨(24)는 “매달 생리대 구입 지출이 최소 30000원이고 1년이면 40만원 이상”이라며 “학생 입장에서는 솔직히 빠듯하다. 가격이 중형 15개입 기준 3000원만 돼도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김정효씨(43)는 “여자면 다 하는 게 생리인데 생리대 값은 누구에게나 비싸다”며 “뉴스를 보면 생리대 위생 논란도 끊이지 않던데 정말 제 값어치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 ⓒ이세아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 ⓒ이세아 기자

시장 독·과점 구조와 ‘가격 거품’ 문제

생리대 가격 상승은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연간 4000억 원대 규모의 생리대 시장은 일부 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다. 1위는 ‘화이트’, ‘좋은느낌’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유한킴벌리로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다. LG생활건강과 일본생활용품업체 유니참이 합작해 만든 LG유니참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피앤지 등이 후발주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말 출시한 ‘좋은순면’ 생리대가 출시 6개월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올랐다. 체내형 생리대 화이트탐폰 매출도 1~4월 기준 지난해보다 250% 이상 성장했다. 

LG유니참은 2006년 생리대 시장 진출 이래로 ‘소피’, ‘바디피트’ 등의 인기 제품을 출시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한방 생리대 ‘귀애랑 네이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모 대형마트 중국인 관광객 매출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유니참의 시장점유율은 6%대에서 5년만에 21%대까지 증가했다. 

이들 업체는 광고와 판촉 용도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광고선전비용은 502억 4000만원, 판매촉진비용은 482억 4000만원이다. LG유니참은 광고선전비용으로 44억원을, 판촉비용으로 246억원을 썼다. 

모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필품으로 경기를 타지 않는 대표적 품목”이라며 “기업이 이를 이용해 제품 홍보·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생리대 가격은 자연스레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에서 끼는 ‘가격 거품’도 문제로 지적됐다. 생리대 가격은 판매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일 발표한 ‘7월 생필품 가격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한 생리대 제품의 시중 판매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가 3.4배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생리대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라 공급가를 1년에 한 번 정도 올린다. 반면 시중 생리대 판매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마미영 한국소비자원 차장은 “생리대는 마트 등의 할인 행사 품목에 자주 포함된다”며 “유통사간 경쟁도 생리대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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