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키니 쇼핑몰 사장 겸 빅사이즈 모델 김아영 씨

뉴스펀딩 ‘빅사이즈 모델 비키니쇼’ 프로젝트로 ‘악플 세레’

"빅사이즈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낯설음을 줄이고 싶다"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빅사이즈 모델 김아영 씨는 최근 빅사이즈 모델 비키니 쇼 프로젝트로 악플 세레를 맞았다. 인터뷰 전 김 씨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빅사이즈 모델 김아영 씨는 최근 '빅사이즈 모델 비키니 쇼' 프로젝트로 악플 세레를 맞았다. 인터뷰 전 김 씨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냥 웃기더라.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쏟아내는 여성혐오 발언들... ‘직접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김아영(30·여) 씨는 빅사이즈 모델이다. 빅사이즈 비키니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이기도 하다. 김 씨는 최근 빅사이즈 여성들의 자신감 고취를 위한 ‘빅사이즈 모델 해변 비키니 쇼’를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KBSN <우리가 응원한다, 청춘하라>와 포털사이트 <뉴스펀딩>이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순수한 취지와 다르게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상에서 공격대상이 됐다. 김아영 씨는 엄청난 ‘악플 세례’를 현재까지 받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에 방송에 나간다고 할 때 친오빠가 욕을 많이 먹을 거라고 했다. 오빠의 말은 현실이 됐다”며 “특히 어머니께서 ‘너가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며 마음 아파하셨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김아영 씨의 뉴스펀딩 빅사이즈 모델 비키니 쇼 프로젝트에 올라온 악플들.
김아영 씨의 뉴스펀딩 '빅사이즈 모델 비키니 쇼' 프로젝트에 올라온 악플들.

댓글의 90% 이상은 응원이 아닌 비난과 조롱이었다. 대부분 ‘역겹다’, ‘게을러서 뚱뚱해진 것 아니냐’, ‘몸매 관리 좀 해라’, ‘나대지 마라’ 등의 외모비하 내용이다. 김 씨는 “뚱뚱하다고 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산다. 나도 게으른 사람 싫어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방송에 소개된 김아영씨의 일상은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식단관리는 물론 건강식 등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거기에 개인 쇼핑몰 운영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여성이다. 하지만 악플러들에게 김 씨는 ‘비키니 쇼’를 여는 뚱뚱한 여성일 뿐이다.

입에 담기 힘든 악플 공격을 당했지만, 평소 유쾌한 성격의 김아영 씨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 보였다. 이날 함께 자리한 동갑내기 남자친구는 “처음에 너무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일부 철없는 애들이 수업시간에 재미삼아 이러고 노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다행히 여자친구가 강한 성격이라서 금방 괜찮아졌지만 같은 남자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김 씨도 과거에 다이어트를 했었다. 66사이즈를 입던 김 씨에게 “조금만 더 빼면 예쁠 것 같다”는 주변의 권유도 한 이유였다. 그는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해서 몸이 많이 안 좋았다.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병치레도 잦았고 입원도 다반사였다”며 “불과 2년 전까지 그런 생활을 해왔다.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졌다”고 지난날을 돌이켰다.

결국 시골로 내려가 식단관리도 하며 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다시 살은 쪘지만 이제는 누구도 김 씨에 다이어트를 제안하지 않는다. 김 씨는 “그때는 다이어트에 너무 매달리고 있어 얼굴도 좋지 않았고 자신감도 없었다”며 “지금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오히려 주변에서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지금의 사이즈가 김아영 씨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건강한 모습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살 빠지면 예쁠 거 같다”란 말은 쉽게 한다. 사회, 미디어가 만들어 낸 기준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국내에서 방송활동으로 유명한 핀란드인 딸루 살리넨 씨는 과거 “한국에 살면서 ‘너 살만 빼면 진짜 예쁘겠다’란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살을 빼서 예뻐져야 하지?’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씨 역시 “많은 사람들이 여성에게 몸매 관리를 강요하기도 하고 여성 스스로도 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왜 날씬한 몸매를 위해 먹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그런게 ‘여자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사이즈 모델 김아영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빅사이즈 모델 김아영 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쇼핑몰을 하기 전 옷가게에서 일을 했던 김 씨는 빅사이즈 여성들이 옷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주눅이 드는 모습이 싫었다고 한다. 그는 “빅사이즈 여성들은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자신한테 맞는 사이즈의 옷을 찾는다”며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지금의 쇼핑몰을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비키니 쇼 프로젝트도 과거 호주여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씨는 “호주에선 내 사이즈에 맞는 비키니를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뚱뚱하다고 비키니 입는 것을 창피해하거나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며 “한국에서도 빅사이즈 여성들이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는 날이 왔으면 했다”며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모델 활동을 통해 빅사이즈 여성 혹은 남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면서 “원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게 꿈이었지만 요즘은 모델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쇼핑몰에서도 가능하다면 활동하면서 빅사이즈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낯설음을 줄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는 차별을 받거나 심한 경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날씬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수자다. 뚱뚱하면 안 되는 왜곡된 시선에서 비롯된 결과다. 신체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이즈에서나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른사람부터 뚱뚱한 사람까지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 수 있다. TV 속 주인공 대부분이 날씬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나같은 사람들이 더욱 보여주고 앞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사이즈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배가 좀 나오고 가슴이 좀 작으면 어떤가. 스스로에게 자유로워지는 게 타인으로부터도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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