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스스로를 당당하게 드러낼 옷 만들 터”

9월 중 약사회관 건립기금 마련 의류 바자회

부산 패션계 이끄는 이영희프리젠트 이영희 대표

 

이영희 디자이너는 “옷감 하나 하나, 재단 하나 하나도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 옷이 숨을 쉰다”며 “디자이너의 영감을 자갈치 시장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이영희 디자이너는 “옷감 하나 하나, 재단 하나 하나도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 옷이 숨을 쉰다”며 “디자이너의 영감을 자갈치 시장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정신없이 옷만 만들었다. 평생 한눈팔지 않고 오직 옷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 결과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옷을 입으면 주인공이 된다고 하더라. 이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최고의 옷을, 장애인들에게 실용적인 옷을, 이영희만의 색이 살아 있는 옷을 만들어 행복을 전하고 싶다.”

부산 패션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이영희 디자이너는 늘 발로 뛰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1984년 이영희콜렉션으로 시작해 현재 이영희프리젠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옷을 소화해주는 사람에게 남다른 애정이 가기 마련. 그녀의 옷에 대한 철학이 맞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터놓고 인생을 논할 만한 공감대가 있다. 그는 “옷은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과 같이 숨 쉬는 옷을 만들어야 된다. 옷감 하나 하나, 재단 하나 하나도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 옷이 숨을 쉰다”며 디자이너의 영감을 자갈치시장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갈치시장은 풍부한 삶의 터전이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비친 옛 모습, 현재를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아지매들, 푸른 바다와 펄떡이는 물고기들이 이 디자이너에게 살아 있는 영감을 준다.

숨 쉴 수 있는 부분까지 신중하게 재단하는 그녀의 섬세함은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나온다. 그녀는 각박한 삶이 돈만 버는 옷을 만든다면, 매일 혼자 등산을 하면서 디자인을 생각하고,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오페라나 인문학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

그가 만드는 옷의 힘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새 옷같이 한결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하는 스태프들이 30여 년 동안 섬세한 수작업으로 옷을 만들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구매한 옷도 수선할 수 있는 이유다. 매 시즌 수십 벌의 옷을 디자인하지만 한땀 한땀 만들었다는 ‘이태리 장인’의 명품처럼 단추 구멍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아 고객 중 한 사람은 20년 동안 입었지만 단추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영희프리젠트는 대중화를 포기하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찾기 위해 부산에서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때 10개의 숍을 운영하면서 대중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기만의 옷을 가지고 싶어한다. 차별화되지 못한 패션은 최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영희프리젠트를 편안하게 왕래할 수 있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옥을 만들겠다. 그 시작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사무실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장애인들이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이고 편리한 옷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우리 주변에 눈을 돌려보면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도 자신을 당당하게 나타낼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집안에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형제가 있다. 그 형제를 위해 옷을 만들다 보니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 시즌 새로운 옷을 만들기에 매진하다 보니 장애인을 위한 패턴 작업은 잠시 생각을 접고 있었지만 제2의 도약에 나선 지금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옷이 아니라 30년 지기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옷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낼 구상이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부산시약사회, 여약사회와 함께 여는 약사회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의류 바자회를 위해서도 바삐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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