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 활성화하려면?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 증가 추세지만
불이익 금지·월급여 현실화 방안 필요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직장인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상사가 던진 말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아이를 돌보기 위해 1년간의 육아휴직서를 냈다가 상사로부터 “육아휴직을 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센터 소속 노무사가 회사 부사장을 직접 설득한 끝에 A씨는 어렵사리 1년간의 육아휴직을 얻을 수 있었다. 육아의 어려움과 보람을 느낀 시간도 찰나였다. A씨는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 정도 지난 후 복귀를 논의하기 위해 회사에 전화를 했다가 “회사 사정이 어렵고 자리도 없으니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는 날벼락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다시 직장맘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수차례 회사를 설득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을 흔히 ‘용감한 아빠’라고 부른다. A씨의 사례처럼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보다 ‘육아휴직서’를 내는 것이 어려운 동료의 시선과 직장 내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아빠의 달’ 제도가 도입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육아에 참여하려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18일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212명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해 전체 육아휴직자(4만3272명)의 5.1%를 차지했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5%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300인 이상)에서 활발했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휴직자의 비율은 50%로 같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대기업 휴직자의 비율이 55.7%로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남성 육아휴직이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실제로 ㈔여성·문화네트워크의 ‘2015 워킹대디 육아휴직 실태조사’에서도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분위기상 사용이 어려워서’(48.1%)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직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해서’(24.9%), ‘수입 감소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우려된다’(16.1%)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42)씨도 지난달 둘째 아이를 낳았지만 이번에도 육아휴직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시선과 함께 향후 승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한씨는 “팀장을 맡고 있어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만약 대체인력을 구한다고 해도 육아휴직 후 회사에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없어지거나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씨의 아내 구모(34)씨도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함께 아이들을 돌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남편이 혼자 버는 외벌이인 상황에서 100만원 정도의 육아휴직 급여로 1년간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들의 상당수는 육아휴직 후 회사로 복귀할 때 부서 내 자리가 없어지거나 바뀌는 ‘불이익’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많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필요한 정책으로 ‘유연근무제·육아휴직 이용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82.8%)를 가장 많이 꼽았다.
* ‘아빠의 달’ 제도란?
부모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자의 육아휴직 1개월 급여를 통상 임금의 100%(최대 150만원)를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한 달을 제외한 나머지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통상 임금의 40%(최대 100만원)만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