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분석해보니

‘한국의 잔다르크’ 김마리아, 교과서에서 완전히 사라져

‘3·1운동의 상징’ 유관순도 업적 게재 태부족

교학사, 동아출판, 리베르스쿨 3종은 교과서 본문에

3·1운동 여성 독립운동가·독립운동단체 언급 안 해

 

고교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기록이 완전히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학생이 한국사 교과서를 읽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교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기록이 완전히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학생이 한국사 교과서를 읽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 누락돼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방원 한국사회복지역사문화연구소장은 최근 나온 한국여성사학회 『여성과 역사』에서 검인정 교과서로 채택돼 올해 간행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러 교과서에 미등재돼 사회적 논란이 거셌던 유관순 열사가 올해 8종의 교과서에 모두 실렸지만 내용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에 대한 언급은 단 한 곳의 교과서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8·15 광복을 맞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과 양성평등 의식을 심어주려면 교과서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와 여성 독립단체들을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출간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1910년대 항일독립운동을 한 여성 인물과 여성단체로 항일비밀결사조직 송죽회와 유관순 열사만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송죽회는 여성이 주축이 된 비밀결사로만 설명이 나와 있고, 유 열사에 대해선 비상교육과 천재교육 등 2종만 만세시위운동과 일제의 탄압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3·1운동 이후 민족운동 관련 단원에 서술된 여성 인물과 여성 단체 중 적어도 2종 이상의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것은 모두 여성 단체다. 근우회(8종),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 조선여성동우회(이상 7종), 조선여자교육회(5종), 토산애용부인회(3종), 근화여학교(2종) 등 모두 6개 단체가 서술돼 있지만 항일 활동은 잘 드러나지 않고 여성 계몽에 중점을 두고 서술해 비판을 받고 있다.

교과서 본문에 3·1운동 관련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단체를 수록한 건수를 보면 교학사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엔(38건), 금성(29건), 동아(23건), 비상교육(19건), 지학사(17건), 리베르스쿨(12건) 순이었다. 그런데 교학사, 동아출판, 리베르스쿨 등 3종은 본문에 여성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단체를 단 한 건도 싣지 않았다. 또 지학사와 천재교육은 모두 2건을 수록했고 두 출판사 모두 송죽회와 유 열사를 언급했다. 그나마 송죽회는 1910년대 국내 비밀 결사 운동을 설명하는 마지막 단락에 다른 단체들과 함께 실으면서 활동 내용 없이 여학생 또는 여성이 주축이 됐다는 요지의 설명만이 있으며 지학사의 경우 여성 단체인지 모르게 단체 이름만 밝혔다.

이 소장은 “특히 김마리아는 중등 역사교과서에 전혀 수록되지 않았다. 2∼4차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전기 형식으로 일생과 업적이 실렸으나 이후 5차 교육과정부터는 제외됐다”며 “대부분의 중학생이 김마리아를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열혈 독립운동가의 공적이 잊히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마리아는 재미 항일여성운동단체 근화회를 조직한 독립운동가로 3·1운동을 촉발시킨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김마리아와 같은 여성 동지 열 명만 있었던들 대한은 독립이 됐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업적이 크다.

최초의 여성 의병 윤희순,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남자현, 근우회 중앙집행위원장 조신성,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총무 황에스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원 방순희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조직한 국내외 여성 항일단체들이 독립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이 소장은 “숨겨진 진실은 결국 역사에서 잊힌다. 이는 또 다른 역사 왜곡이다. 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와 여성 독립운동단체를 발굴, 연구하고 미래 세대에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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