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여성 활동가들

타레파 사비르 이스마힐 이라크 쿠르드 지역 인권단체 활동가 

여성들 안에 있는 자신감 없애버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권 실현해야 하는지 배워야

 

저는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 출신 활동가 타레파 사비르 이스마힐(35·사진)이예요. 쿠르드족은 오랫동안 사담 후세인에 의해 침탈과 인종 학살을 겪었지요. 1991년의 걸프전쟁 이후 자치정부를 세울 수 있었어요. 2003년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온 이후에 이라크 의회에 쿠르드 정치가들이 대표로 나오기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사담 후세인이 미국에 의해 처형된 이후 쿠르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제가 태어나던 날도 전쟁 중이었고 제가 결혼을 해서 한 살을 겨우 넘긴 둘째 아이를 기르는 현재도 전쟁 중입니다. 이란·이라크 전, 걸프전 그리고 후세인의 인종학살 등이 지속적으로 일어났지요. 3년 전 탈레반의 수장이라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당한 이후에 후세인을 따르던 추종자들이 이라크 남부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아이시스)를 조직했어요. 그들은 이슬람 조직인데 미국인들을 죽이면 천국에 간다고 믿고 있지요. 미국인들과 가깝거나 미국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살해해버리지요. 미국과 오랫동안 우호관계에 있던 쿠르드족은 최근에 아이시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어요.

지난해 6월부터 올해까지 1년 동안 아이시스와 접전으로 1000명이 넘는 쿠르드족 여성이 과부가 되었어요. 아이시스는 쿠르드 지역으로 들어와서 500여 명의 여자들을 잡아 나라 밖으로 끌고 가 싼 값에 팔아버렸지요. 얼마 전에는 아이시스군들이 제가 살고 있던 마을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지역까지 공격해 들어왔어요. 우리는 공포 속에 있었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어요. 주변국들은 이 문제에 관여했다가 아이시스의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지요. 그 당시 미국과 유럽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홀로 남겨졌었지요.

2003년 이후 석유회사 등 기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인권단체들이 이라크로 들어왔어요. 그들은 특히 여성들의 인권을 중요하게 여겼지요. 국가나 비정부 기관에서 사람들을 고용할 때 경험이 적어도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했어요. 남성들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을 사회에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이지요. 이제 시골 사람들도 여성 권리에 대해 알게 됐지요.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2003년 이후에 이혼율이 놀랍게 증가했다는 거예요.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쿠르드 지역에서는 결혼한 사람들보다 이혼한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상상 못할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이혼으로 결론을 내지요. 이혼한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나라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고용의 기회를 준다고 해도 소수의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 이혼한 여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요. 사람들은 남성이 집안의 가장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어요. 이혼한 여성들은 결국 우울증과 심각한 불안 증세 등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가는 그것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여성인권이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여성들은 인권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이혼을 한다고 하지만 이혼 이후에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지요. 쿠르드 여성들은 전통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고통받아왔습니다. 무엇보다도 화나는 일은 그들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교육 받아왔다는 겁니다. 여성들 안에 있는 자신감을 없애버렸지요. 이렇게 여성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고는 권리를 실현하고 선택을 하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이런 딜레마에 빠진 여성들을 보면서 쿠르드족과 유사한 것을 발견합니다. 쿠르드족은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대로 팔거나 살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활용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주변 열강의 침략과 간섭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권을 실현해야 하는지를 알고 배워야 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제게 어떤 미래의 꿈을 갖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가 하고 되묻습니다. 위험과 공포 속에서 미래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전쟁의 현실입니다.

이 글은 지난 7월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제8기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참가한 여성운동가를 인터뷰한 후 구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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