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 ‘성폭행 의혹’ 재수사에 나선 가운데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의 침묵이 장기간 이어지자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박인숙 의원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의원 9인과 함께 비판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을뿐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와 여성 의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성 의원들과 전국여성위원회 차원에서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강도 높은 비판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정식으로 이 안건을 다루고 의원직 제명까지 배제하지 않는 징계를 주도해야 한다”며 “성추문 연루자의 무고가 밝혀지지 않는 한 향후 당 공천과 선출직을 뽑는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집단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은 여성 대표성 책임을 방기하는 행태”라며 “중앙여성위원회나 여성 의원들이 국회 내 성폭력 사안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공식적인 비판을 내놓는 것은 정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윤리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이를 하지 않는 것은 여성 의원 본연의 임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대부분 전문가로 비례 대표로 발탁됐고 지역구 의원이 야당보다 적기 때문에 제목소리를 못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인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전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여성 의원들의 조직적 비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여성 공통의 이해를 우선시하지 않고 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며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을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당당하게 여성 의원 입장에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실 여야 모두 남성중심적 정당문화를 갖고 있어 여성 의원들이 조직적 비판을 하기란 쉽지는 않다”면서도 “국회 내 성폭력 사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의원들이 연대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재발을 막으려면 단합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여성들의 이해보다 당의 이해가 앞서면 여성정치 발전에 걸림돌이 될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의 모임인 ‘새누리20’(회장 나경원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심 의원에 대한 당의 대응과 후속 수습 방안을 논의키로 해 어떤 공식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새누리20’은 최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임명된 김현숙 전 의원을 제외하고 19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