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하게 하자는 말에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이렇게 불평했을 것이다. ‘누군들 그것을 모르나. 그러고 싶어도 현실이 허락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많은 부모가 답답해하는 ‘현실’의 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들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즉흥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꼽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을 평생 집중해 공부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말꼬리를 흐린다.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학생 치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바로 말할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 그런가? 지금까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는 늘 해야 할 공부가 쌓여 있다. 교과서, 숙제, 시험 등. 지금의 젊은 부모 세대부터는 학원 공부가 추가됐다. ‘왜 공부하니?’ 물으면 아마도 제일 솔직한 답은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일 것이다. 커갈수록 ‘시험 때문에’라는 답도 많아질 것이다. ‘공부가 재미있니?’ 물으면 모두가 ‘아니요!’라고 외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길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나 내적 동기는 최하위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진학과 입시를 대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대학(또는 특목고) 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어떤 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놔둘 수 있겠는가! 이것은 유아 시절을 지나면서부터 한국의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대신 강제된 공부를 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 그렇게 공부한 결과는 어떠한가? 첫째,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절반도 안 된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눈치경쟁이나 점수에 맞는 대학에 들어간다. 이들에게는 사실 공부를 하건 안 하건 별 차이가 없을 터이다. 둘째, 대학에 들어간 후 자기 전공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졸업하더라도 단지 과락을 면한 신세인 경우가 많다. 소위 ‘인 서울’ 대학이라 하더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셋째, 대학을 졸업한 뒤에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나 직장을 갖는 경우가 갈수록 줄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쏟을 만한 열정도 없기 때문에 직업전선에 도전할 의욕조차 갖지 못한다. 이것은 가뜩이나 부실한 한국경제 상황과 맞물려서 청년실업률만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뻔한 결과를 수십 년간 보면서도 여전히 입시 공부에 목매도록 할 것인가! 나는 자신이 실패한 길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부모들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못해 화가 난다.

이제부터라도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격려해 보자.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다. 그것은 두 가지 이익을 보장한다. 첫째,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생존의 길을 찾고야 마는 자생력을 기를 수 있다. 둘째, 최소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길을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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