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지하철·화장실 등 장소 불문

연인과의 동영상 유포 창구로도 이용 

해외에 서버 두고 운영자 특정 어려워 

사실상 국내법으로 막을 길 없어

국내 최대 성인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은 몰카 범죄의 온상으로 꼽힌다. 회원 수 100만 명이 넘는 소라넷에는 음란물은 물론 일반인들의 도촬(도둑촬영) 사진과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활발히 올라오고 공유된다.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국내법으로는 계정 폐쇄나 삭제 조치를 할 수 없어 사실상 막을 길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라넷은 남성들 사이에서 일반인 몰카와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 연인과 이별하며 고의로 유포하는 경우가 많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 누리캅스(사이버 명예경찰) 등이 소라넷 홈페이지를 쫓아다니면서 차단하고 있지만, 접속 주소 차단은 그때뿐이다. 소라넷 측은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바로 홈페이지 주소를 바꿔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바뀐 소라넷 주소는 트위터를 통해 공유된다. 소라넷 도메인 주소를 알려주는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 수는 36만8000명을 넘는다.

회원 가입 방법도 간단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아이디(ID), 비밀번호,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간단히 회원 가입 절차가 끝난다. 성인 인증이 필요 없어 개인정보를 허위로 올리면 초등학생도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도 영상과 사진을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다.

몰카 촬영과 유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전기통신기본법, 음란물 유포 등에 따라 처벌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소라넷에서 몰카 게시물을 올리는 이는 ‘작가님’으로 추앙받는다. 불법 도촬 영상은 지하철, 헬스장, 길거리, 공중목욕탕, 화장실에서까지 촬영된다. 몰카 게시물에는 어김없이 영상, 사진의 공유를 요청하는 회원들의 댓글로 빼곡하다. 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소라넷과 함께 ‘메디칼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음란 사이트도 불법 몰카 천국으로 꼽힌다. 일명 ‘아메센터’로 불리는 이 사이트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의사 사진을 배치하고, 카테고리명도 외과·내과·응급실·영상의학과·안과로 나눠 놨다. 얼핏 보면 의료 정보를 소개하는 사이트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메센터는 키스방·마사지 등 유사성행위 업소부터 오피스텔·룸살롱 등 성매매 업소 이용 후기와 성매매 중 찍은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몰래 찍은 일반인 사진과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난 여성과의 성관계 중 찍은 영상도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몰카를 공유하는 이는 여성과의 성관계 사실을 자랑스럽게 올리고, 회원들은 이 몰카 범죄자를 ‘영웅’으로 추앙한다. 이곳도 소라넷처럼 접속 주소가 차단되면 트위터로 새 주소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유치하고 있다.

두 음란 사이트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사법권의 영향이 닿지 않는다. 새 주소를 공유하는 트위터도 외국 기업이라 계정 차단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 해결을 위해 국제 공조가 필수라고 지적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비롯해 세계 53개국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기업이 미성년자 대상의 영상, 이미지 등의 음란물 근절을 위한 국제공조를 선언했다. 그러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몰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한편,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활동’으로 연대한 ‘메갈리안’이 유해 성인 콘텐츠 신고를 중심으로 한 불법 몰카 근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불법 몰카를 발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신고하거나, ‘불법 유해 정보 민원’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바로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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