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밥그릇 지키기’로는 국민의 지지 받을 수 없어
국민이 공감하는 혁신만이 진정한 혁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오찬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오찬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치권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쟁으로 뜨겁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7월 26일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안을 제시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혁신위가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구가 늘어났으니 의석을 증가해야 한다.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의석수가 299석이 된 이후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하면 의원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해소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 비례대표를 지금처럼 전국 단위로 뽑는 게 아니라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권역마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려면 최소한 지역구 대 비례구의 비율이 2 대 1이 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를 토대로 새정연 혁신위는 지역구 246명은 그대로 두되 비례대표를 69명 늘려(54석→123석) 의원 총수를 369명으로 제안했다.

셋째, ‘새누리-새정연’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붕괴해 다당제를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야당이 제시한 이런 논리들이 근거도 없고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16만7400명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많다. 미국이 72만67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6만5200명이다. 또 독일은 13만7200여 명, 프랑스 11만여 명, 영국 9만6300여 명, 아이슬란드 5100명으로 선진국 대부분이 한국보다 적은 편에 속한다.

더구나 권역벽 비례대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는 반드시 연계된 것이 아니다. 지난 2월 중앙선관위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면서 의원 정수는 기존의 300인을 그대로 두고 지역구(200명) 대 비례구(100명)의 비율을 2 대 1로 했다.

중앙선관위안을 토대로 19대 총선 득표율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4석, 새정연은 영남에서 19석(TK 5석 + PK 14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해도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의원 정수를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새정연의 주장은 허구임이 입증됐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90명으로 대폭 늘리되 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6명(57.3%)은 세비를 삭감한다 하더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27.3%에 그쳤다. 국민 입장에선 의원 정수 확대를 결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챙기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시뮬레이션 결과 새누리당은 11석 감소(152석→141석)하고,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도 10석 줄어든다(127석→117석). 반면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13석에서 34석으로 대폭 늘어나고, 자유선진당도 5석에서 10석으로 늘어난다. 분명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유리하고 ‘여소야대’의 다당제가 일상화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소야대마저 일상화되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를 논의할 때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간의 조화성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결코 정치권 논리에 따라 졸속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

김상곤 새정연 혁신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며 혁신”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의원 정수 확대가 과연 ‘민생 제일주의’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유야 어째든 의원 정수를 유지하는 대신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구를 줄이거나, 또는 지역구를 그대로 둔 채 비례구를 늘려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 모두 정치권의 ‘밥그릇 지키기’로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국민이 공감하는 혁신만이 진정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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