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인 장모 교수로부터 현대판 노예 취급을 받은 제자의 몸에 폭행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성남중원경찰서
스승인 장모 교수로부터 현대판 노예 취급을 받은 제자의 몸에 폭행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성남중원경찰서

“입에는 재갈이, 손발은 끈으로 묶인 채 얼굴로 날아드는 독성 스프레이를 고스란히 맞아 눈물, 콧물이 쏟아지고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참아야 했어요.” 2015년 현재, 이런 고문 행위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젓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단순히 주먹질 한두 번을 해도 화제가 되는 요즈음, 혼자만의 폭행도 모자라서 다른 제자들을 동원해 피해자 한 명을 교대로 구타하고 감시·협박했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 데다가 문 밖만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수많은 방안이 있는데도 가해자들의 부당한 폭력을 묵묵히 참고만 있었다는 사실도 엽기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은 사회심리학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의 비이성적인 부조리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일찍이 2차대전 직후 미국 예일대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혹 행위에 대해 이성을 가진 일반인들이 어떻게 가담하게 되는지 보려주려고 했다. 소위 ‘복종 실험’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험자 역할을 하는 교수는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서 피험자인 학생들이 실험실로 들어오면 칸막이 너머에 있는 피교육생을 꼭 교육시켜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때 좀 더 빨리 효과를 내기 위해 전기 충격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다. 피험자들은 교육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주지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전기충격 장치는 옆방 학생에게 연결돼 있지 않았고, 옆방 학생은 실제 피교육생이 아니라 실험자인 교수의 대학원생 조교였다. 이 조교는 피험자가 전기 충격을 가할 때마다 진짜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는데, 교수의 지시에 따라 피험자가 어느 정도의 전기 충격까지 피교육생에게 가하는지가 바로 연구의 주제였다.

이런 실험을 구상하며 연구자들은 피교육생의 비명 소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피험자들이 중도에 실험을 그만두고 항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실험 참가비를 받고 ‘복종 실험’에 참여했던 40명의 학부생 중 26명은 전기충격 장치의 최대치인 450V의 전기 격까지 피교육생에게 가했다. 심지어 250V 정도에서 피교육생이 쓰러지는 듯 소음을 조장했어도 말이다.

이 실험이 보여준 것은 도덕적으로 부당할지라도 권위적인 명령을 거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다. 실험자의 이름을 따서 ‘밀그램 실험’으로 알려진 이 연구는 악인들이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격리된 특수한 상황에서는 부당한 권위에 도전하기가 어려울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타인의 생명이 위험하게 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부당한 명령을 계속하는 행위자, 즉 히틀러와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에 대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헤어 박사는 바로 그 사람들이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라고 명명했다.

물론 직원임과 동시에 제자였던 피해자에게 인분까지 먹인 교수가 히틀러와 마찬가지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인지 여부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더 다뤄져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그 모든 잔혹 행위가 특권층의 권위를 토대로 발생했다는 점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 역시 권한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게 만든다. 교단에 서는 필자 역시도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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